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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동안 조사했지만"…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원인 불명'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사건의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낸 화재이지만 ‘원인 불명’으로 결론이 나면 공장 관계자 등은 처벌을 면하게 된다.

지난 3월 14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2공장이 전소하고 보관된 타이어 약 21만개가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지난 3월 14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2공장이 전소하고 보관된 타이어 약 21만개가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대전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직접적인 발화원 특정이 불가하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월 12일 불이 난 뒤 소방과 국과수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장 시설이 모두 무너진 데다 잔해물 등을 치우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감식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선 단락·스팀배관 두 가지 추정…가능성 작아

국과수는 경찰에 감식 결과를 통보하면서 크게 두 가지로 발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위치에서 전선이 단락(끊어진 상태)으로 발견되면서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 지하 바닥 스팀 배관에서 열이 모여 발화했을 가능성 등이다. 스팀 배관은 300도까지 견딜 수 있지만, 주변 영향을 받아 발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과수의 판단이다.

12일 오후 10시9분쯤 발생한 화재로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건축물이 전소돼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신진호 기자

12일 오후 10시9분쯤 발생한 화재로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건축물이 전소돼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월 26일 진행한 현장 감식에서는 발화점으로 알려진 2공장 가류공정 라인 두 곳 지하파트 공간과 1층 현장 잔해물을 조사했다. 하지만 기계와 구조물이 엉겨 붙어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사고 당시 현장을 목격한 직원 진술도 엇갈린 데다 공장 폐쇄회로TV(CCTV) 영상에서도 직접적인 발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방화 가능성 없어…2014년에도 대형 화재

일부에서 제기한 방화 가능성에 대해 경찰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2014년 8월 30일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 66억원가량(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대전경찰청 김재춘 강력범죄수사대장은 “통상 방화라고 하면 특별한 표식이 남는 데 이번에는 그런 표시가 없었다”며 “국과수와도 여러 차례 협의한 결과 100%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관계자 진술과 증거를 보면 방화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6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합동감식반이 2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6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합동감식반이 2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공장 관계자와 안전관리 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화재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고 과실이 드러나면 책임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화인(火因)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번 화재로 11명이 다쳤지만 2~3일 정도의 치료를 받는 수준이라 ‘상해’ 혐의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소방시설 정상작동…책임자 처벌 어려워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화재 때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CCTV와 수신기(컴퓨터) 로그 자료를 보면 물탱크 저수량이 화재 발생 전보다 3~4배 수준까지 올라갔다. 스프링클러와 비상벨 등도 정상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국과수에서 통보받은 두 가지 가능성을 토대로 화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더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3월 14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2공장이 전소하고 보관된 타이어 약 21만개가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지난 3월 14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2공장이 전소하고 보관된 타이어 약 21만개가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한편 3월 12일 오후 10시9분쯤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공장 내부 8만6769㎡가 다 탔고 3물류창고 안에 보관 중이던 타이어 21만개가 모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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