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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타이어, 화재 5분뒤 119 신고했다…"골든타임 놓친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애초 알려진 것보다 5분 전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119 신고가 늦어지면서 화를 키웠다며 한국타이어의 안일한 안전의식을 지적했다.

지난 12일 밤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모습. 화재로 2공장 전체가 불에 타고 물류동에 보관하던 타이어 21만개가 소실됐다. 뉴스1

지난 12일 밤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모습. 화재로 2공장 전체가 불에 타고 물류동에 보관하던 타이어 21만개가 소실됐다. 뉴스1

최초 화재 목격, 12일 오후 10시 '4분' 

17일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대전공장 화재는 12일 오후 10시4분 발생했다. 당시 제2공장 가류공정 현장에 있던 근무자가 화재를 발견하고 방재실 관리자에 연락했다. 비상벨은 1분 뒤인 10시5분 울렸다. 연락을 받은 방재실은 대전공장 내 자율소방대를 출동시키고 소방차(5t)도 동원했다.

현장에 도착한 자율소방대 방재 대원 6명과 화재를 목격한 근무자가 소화기 등으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은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확산했다. 당시 출동한 한국타이어 자체 소방차가 실제 화재 진압을 시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율소방대가 초기 진화에 실패하자 방재실은 119에 화재 사실을 신고했다. 불이 난 지 5분이 지난 10시9분이었다.

"소방차 현장 도착시간 확인 못해" 

화재가 발생한 곳(2공장)과 자체 소방차가 대기하던 장소는 700m나 떨어져 있다. 방재실에서 출동명령을 내린 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얼마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게 한국타이어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등 공장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고 분석했다.
119상황실이 화재신고를 접수한 뒤 선착대(문평펌프)가 현장에 도착한 건 오후 10시14분이다. 화재가 발생한 뒤 이미 10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대전소방본부는 3분 뒤인 오후 10시17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선착대만으로는 화재를 진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불길이 거세게 번지자 대전소방본부장은 “무리한 현장 진입은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오후 10시34분 대응 2단계를 거쳐 이튿날인 14일 오전 2시10분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지난 12일 밤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모습. 화재로 2공장 전체가 불에 타고 물류동에 보관하던 타이어 21만개가 소실됐다. 뉴스1

지난 12일 밤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모습. 화재로 2공장 전체가 불에 타고 물류동에 보관하던 타이어 21만개가 소실됐다. 뉴스1

한국타이어 "화재 발생 동시 119신고 의무 아냐"

한국타이어 측은 “화재가 발생한 뒤 자체 매뉴얼에 따라 진화를 시도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관련 법(소방법) 규정에 따라 회사 자체 소방대를 운영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대에서 자제 진화, 불이 꺼지지 않으면 ‘사외’(119 의미)에 신고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한다. 화재 발생과 동시에 119 신고는 의무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전공장 매뉴얼은 공개할 수 없다는 게 한국타이어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인세진 교수는 “한국타이어와 같이 위험도가 높은 시설의 화재 발생 때 ‘5분’은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을 골든타임”이라며 “2014년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불이 난 공장인데 안일한 대책이 화를 키웠다”고 말했다.

14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대전노동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화재원인을 조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스1

14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대전노동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화재원인을 조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스1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관계자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불이 나자) 저희가 먼저 초기 진화했다. 알람(비상벨)이 울리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당시에) 화재가 너무 커져서 외부(119)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119 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추후 조사를 거쳐 설명하겠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대전공장 작년 '안전관리대상물' 1급→특급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지난해 12월 1일 안전관리대상물 등급이 ‘1급’에서 ‘특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등급이 특급으로 높아지면 매년 한 차례 이뤄지는 종합 소방점검이 두 차례로 늘어난다. 화재 위험이 그만큼 높은 공장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소방시설 자체점검 실시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169건, 하반기 71건의 불량 사항이 적발됐다.

13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불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인근을 뒤덮자 시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불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인근을 뒤덮자 시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58시간 만에 진화…타이어 21만개 소실

한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15일 오전 8시 완전히 진화됐다. 불이 난지 58시간 만이다. 화재로 2공장(면적 8만6769㎡)과 물류동(3창고)에 보관 중이던 타이어 21만개가 모두 소실됐다. 인근 아파트와 주택·상가 주민이 연기와 분진을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초·중·고 8개 학교가 등교를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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