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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21만개 불탄 한국타이어…공장 철골도 처참히 붕괴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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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2공장은 다 타서 붕괴한 상태다.”
13일 오전 11시20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열린 대전소방본부 브리핑 내용이다. 화재 발생 13시간이 지난 현장 모습은 소방당국 설명보다 더 처참했다. 공장 건물은 모두 불에 탔고 철골 구조물도 모두 주저앉았다. 주민들은 “인명 피해가 없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12일 오후 10시9분쯤 발생한 화재로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건축물이 전소돼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신진호 기자

12일 오후 10시9분쯤 발생한 화재로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건축물이 전소돼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신진호 기자

13일 오전 10시쯤 현장에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커다란 물대포로 연신 공장 쪽으로 물을 뿜고 소방헬기 9대가 달아 다니며 물 폭탄을 쏟아부었지만, 불이 난 면적이 워낙 넓어 진화가 쉽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잔불이 남아 있는 공장 안으로 물대포가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포크레인으로 구조물을 뜯어냈다. 시커먼 연기가 회색빛으로 바뀐 건 13일 오전 11시를 전후해서다. 전날 오후 10시9분쯤 화재가 발생한 지 13시간 만이다. 소방당국은 오전 11시를 기해 대응을 ‘2단계’로 낮추고 사실상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 이르면 오후 6시쯤 진화를 마칠 것으로 소방당국은 전망했다.

소방당국 "화재 2공장에서 발화 추정" 

강위영 대덕소방서장은 브리핑을 통해 “화재는 2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아래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2공장은) 모두 불에 탔다”고 밝혔다. 소방관 1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을 제외하고 별다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2공장(면적 8만6769㎡)과 물류동(3창고)에 보관 중이던 타이어 21만개가 불에 탔다.

강 소방서장은 “가류공정 컨베이어벨트 아래에 있던 분진을 타고 불길이 공장 양쪽으로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2공장) 바로 옆에 있던 타이어 보관 창고로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천정이 무너졌고 그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대형 물대표를 이용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진호 기자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대형 물대표를 이용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확산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13일 오전 브리핑에서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불이 나자) 저희가 먼저 초기 진화했다. 알람(비상벨)이 울리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당시에) 화재가 너무 커져서 외부(119)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강풍으로 불길 확산…천연고무 등 화재 취약 

이 관계자는 “불이 날 당시 강풍이 불어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풍속은 초속 3.7m, 순간 풍속은 초속 9.9m에 달했다. 불이 난 2공장은 철골 구조물로 난연성 플라스틱 패널을 내장재로 사용했다. 소방법상 기준을 충족한 시설물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주원료인 천연고무와 화학약품 등이 고온과 화재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13일 헬기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13일 헬기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게 한국타이어측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장비는 다 설치돼 있고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며 “다만 화재 초기 진화에 실패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장상 작동" 

화재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2공장이 모두 불에 탔지만 바로 붙어 있는 1공장은 별다를 피해를 보지 않았다. 출동한 119진화대가 불길이 1공장 쪽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발화 지점은 2공장 가료공정(타이어의 전체적인 모형을 만드는 과정)으로 추정된다는 게 소방당국과 한국타이어의 설명이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조사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불이 난 2공장은 물론 1공장 가동도 일시 중단했다. 재가동 여부는 시설 점검을 마친 뒤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1·2공장)에서 하루 평균 4만5000여 개의 타이어를 생산한다. 한국타이어에서는 2002년 이후 대형 화재가 반복해서 발생했다. 2014년 8월 30일 대형 화재가 발생, 66억원가량(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화재감지기와 불꽃 감시 폐쇄회로TV(CCTV) 등을 공장에 설치했다.

대형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13일 검은 연기가 연신 치솟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형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13일 검은 연기가 연신 치솟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04년 이후 대전·금산공장 대형화재 반복

앞서 2002년 3월 금산공장에서 불이 나 천연고무 등 저장원료 등을 태워 수백억원대 피해를 불러왔다. 당시 직원 3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되거나 찰과상을 입었다. 금산공장에선 2010년 4월 변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가동이 하루 동안 중단됐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1979년 준공, 연간 23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공장이다. 금산공장은 1997년에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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