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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쫓는다는 토종 삽살개, 웹툰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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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토종견 삽살개가 햇볕을 쬐며 쉬고 있다. 온몸을 뒤덮은 긴 털이 특징이다. [사진 경산시]

토종견 삽살개가 햇볕을 쬐며 쉬고 있다. 온몸을 뒤덮은 긴 털이 특징이다. [사진 경산시]

‘액운(煞·살)을 쫓는(揷·삽) 개.’

온몸이 긴 털로 뒤덮인 토종견 삽살개. 겉으로는 귀엽고 온순하기만 할 것 같아도 그 이름을 풀어보면 ‘액운 쫓는 개’ ‘귀신 잡는 개’라는 다소 섬뜩한 뜻이 된다. 사람에게 친화력이 강하고 주인에게 온순하며 방어적이지만,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물러서지 않는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거의 멸종이 될 만큼 수난을 겪기도 했다. 1940년대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가죽 공급원으로 조선의 토종견들을 마구 잡아들였는데, 그중에 삽살개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얘기들을 지니고 있는 삽살개가 웹툰으로 제작된다.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이 한국삽살개재단과 손잡고 웹툰 ‘귀신 쫓는 삽살개, 경산이’(가제)를 제작해 연재하기로 하면서다. 웹툰은 과거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 정복에 실패했던 혼령들이 요괴가 돼 돌아온 뒤 다시 한번 이 땅을 침략하려고 하는 상황을 소재로 삼았다. 귀신 보는 능력을 갖춘 삽살개 ‘산이’와 요괴에 홀린 부모님을 구출하러 나선 소년이 이 요괴들과 맞선다.

삽살개 ‘산이’와 소년이 요괴와 맞서는 무대는 한반도 안에서도 경북 경산이다. 경산은 멸종 직전까지 몰렸던 삽살개가 말 그대로 ‘부활’했던 곳이다.

1960년대 말부터 경북대 교수들이 ‘토종견을 복원하자’는 목표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삽살개, 동경이 등 토종견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영남 지역 오지에서 일제의 손아귀를 피한 토종 삽살개 30여 마리를 발견했고, 이 개들을 경산시 한 개인 농장에서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개체 수가 다시 늘었다. 현재는 전국에 삽살개 5000~6000여 마리가 분포된 것으로 추산한다.

삽살개 복원이 이뤄진 경산 개인 농장은 현재 삽살개육종연구소로 운영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 사육 중인 삽살개 400여 마리는 고유 혈통 보존을 위해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삽살개’로 지정돼 보호 중이다.

경산시 관계자는 “‘경산하면 삽살개, 삽살개하면 경산’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 것”이라며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熊本県) 캐릭터인 ‘쿠마몬(くまモン)’ 처럼 삽살개가 경산 대표 브랜드이자 캐릭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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