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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코이의 법칙과 한국의 마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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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팝의 여왕’ 마돈나는 여성 뮤지션들의 ‘워너비’다. 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배우 등 전방위로 활약해온 1958년생 마돈나는 지난 1일 발매한 신곡 ‘파퓰러(Popular)’로 8년 만에 빌보드 핫100에 들었다. 덕분에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매 10년(decade) 빠짐없이 차트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반세기 마돈나는 이슈 메이커였다. 1984년 발표한 ‘라이크 어 버진’은 선정적인 가사, 전통적 가족관을 깨뜨리는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뒤, 돈 없던 무명 시절 찍은 누드사진이 공개됐어도 그는 꺾이지 않았다. 무대에서는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늘 금기를 깨는 연출로 충격을 줬다. 1990년에 시작한 월드 투어에서 교황이 콘서트 보이콧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마돈나에게 재갈을 물리지는 못했다. 마돈나는 2016년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시상식에서 기념비적인 선언을 한다. “나는 창녀나 마녀라 불렸다. 자신을 성적 대상화 해 페미니즘을 퇴보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왜 여성은 섹시하면 안 되나. 나는 억압을 비판한다.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다.”

품위 있는 대정부 질문으로 화제가 된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코이(비단잉어)를 작은 어항에서 키우면 10㎝를 넘지 않지만, 강물에선 1m가 넘게 자란다”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가능성과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정부가 강물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걸 시사하며 약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코이의 법칙’처럼 만약 마돈나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김완선·엄정화·이효리 등 시대를 풍미한 섹시 여가수의 공통된 수식어는 ‘한국의 마돈나’다. 김완선은 ‘댄스’나 ‘섹시’라는 표현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1980년대 ‘화려한 율동의 비디오형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15일 방송된 tvN ‘댄스 가수 유랑단’에서 “노출을 하나도 안 했는데 (눈빛이) 야하다고 6개월 출연 정지를 당했다”고 웃으며 회고했다. 한국이 어항처럼 작았던 시절의 일이다. 물그릇이 바다처럼 커져 ‘한국의 마돈나’들이 마돈나처럼 60대가 되어도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