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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위협 심각한 이 때, 국정원 인사파동…꼭 챙겨야할 3가지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최근 국가정보원의 민낯이 주요 일간지의 톱뉴스에 올랐다. 국정원은 불과 몇 개월 전에 원훈(院訓)까지 바꿔가며 변화의 살을 깎는 듯이 보였으나, 이번 인사파동 보도로 일단은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국가와 국민의 머리 위에 심각하게 다가와 있어 가야 할 길이 바쁜데도, 이유야 어떻든 국정원이 아직도 내부 세력갈등은 물론 권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가정보원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으로서 국가관도, 사명감도, 충성심도 잊은 지 오래된 듯하다. 수십 년 동안 정권교체마다 정치와 권력의 동반자가 돼 왔던 흑역사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이었던 전략정보국(OSSㆍOffice of strategic Service) 국장을 지낸 셔먼 켄트(Sherman Kent)는 국가정보학의바이블격인 명저 『전략정보(Strategic Intelligence for American World Policy)』에서 ‘정보(Intelligence)란 지식(Knowledge)이요, 활동(Activity)이며, 조직(Organization)’이라며 국가정보기관이 수행해야 할 임무와 역할, 기능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로 작금의 우리 국가정보기관에 던져줄 수 있는 시사점을 한번 살펴보자.

첫째, 켄트가 말하는 지식(Knowledge)이란 위협국의 피해를 피하기 위해 자국이 알아야 할 위협국에 대한 지식이나 자국민의 복지와 안전에 필요한 불가피한 지식을 뜻한다. 이러한 지식은 국가정보기관이 정보활동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할 최종산물이자 목표나 다름이 없다. 여기서 국가정보기관의 기본 임무와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종 산물은 국가 지도자와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사용할 지식(정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보 생산물이 권력이나 정치를 지향하거나 개인과 조직의 이기주의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핵심이익과 안보를 위한 지식이란 의미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된 정보는 관련된 안보 부처의 목표와도 연계되기 때문에 적시에 잘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국정원은 그동안 관련 부처의 정보는 모두 받아가면서도 국정원의 정보는 잘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세간의 통설이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짐에 따라 미국의 국가급 정보기관들도 국가정보지원계획(NISPㆍNational Intelligence Support Plan)에 의거해 국가 차원에서 한ㆍ미연합군사령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가정보기관은 아직도 모르는 체하고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이 도발시 어떤 정보를 지원해야 하는지 그 실체도,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국정원이다. 존재 이유와 역할, 올바른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기준과 개념도 여전히 모호하다. 모두가 그동안 거쳐 간 관리자들의 책임이 아닐까 싶다.

둘째, 활동(Activity)의 관점이다. 국가정보기관의 목표와 역할에 대한 기준과 개념이 분명하게 설정되면 이를 달성해야 할 활동(Activity)도 분명해진다. 여기서 활동은 안보위협에 대한 감시와 분석 활동이 핵심이다. 감시와 분석활동에는 고도의 전문성과 보안이 요구된다. 특히나 전문성과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국정원의 활동이 비전문가에 휘둘리거나 ‘자기 사람 박기’ 등 내부 인사 잡음으로 인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외부로 유출됐다면 국정원 본연의 역할 수행을 저해하는 심각한 내부 권력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국익과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도 바쁜 이 시기에 잿밥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것도 비정상이다.

셋째, 조직(Organization)의 관점이다. 첫째의 지식(정보) 생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둘째 (정보) 활동을 보장하는 조직의 편성과 효율적 운용,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제 환경과 안보 위협의 변화에 따른 정보기관의 탄력적 조직 개편, 예산 편성, 정보활동 보장과 정치활동 금지ㆍ처벌 강화 등의 법적ㆍ제도적 장치 보완, 전문인력 양성과 인사관리ㆍ복지 시스템 정비 등 조직원들이 오직 국가와 국익만을 위해 전념할 수 있는 토양과 여건 마련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타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역할 개선이 요구된다. 수시 또는 정기적인 국정원 보고 내용만 언론에 어필하려 하지 말고 미국처럼 정보기관을 감독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예컨대 2021년 9월 미 하원 정보 소위원회에서는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한국ㆍ일본 등을 파이브아이스(5 Eyesㆍ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비공식 정보 공유 동맹)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 국회 정보위에서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한 이 시기에 미국 주도의 파이브아이스 정보 동맹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해 세븐아이스(7 Eyes) 정보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대 중ㆍ러 국제적 정보협력 활동도 강화토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참에 셔먼 켄트의 ‘국가 정보란 지식이요, 활동이며, 조직이다’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우리 국정원의 올바른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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