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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D-5개월 수능 혼란은 막고, 입시·사교육 개혁안 마련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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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쉬운 수능’으로 오인, 수험생·학부모 대혼란

정권마다 입시 손봐, 30년 된 수능 개혁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으로 주말 내내 현장은 뜨거웠다. 대통령의 지시가 ‘쉬운 수능’으로 와전되며 수험생·학부모는 물론 일타강사까지 비판 대열에 섰다. 대통령실은 난이도를 지적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교육부가 6월 모의평가 문항을 문제 삼고 담당 국장까지 교체하면서 ‘쉬운 수능’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때처럼 대통령 발언이 불쑥 튀어나온 듯한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이 교육 당국과 사교육에 ‘강력한 이권 카르텔’이란 표현까지 쓰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 방침을 발표하자 출제진들도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 수능이 5개월 남은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줘야 한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말이 입시정책을 뒤흔든 사례가 종종 있었다. 2019년 9월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공정성을 제고하라”고 해 입시정책이 거꾸로 갔다. 수년째 ‘수시 확대’를 하다 갑자기 ‘정시 확대’로 바뀌었다. 2018년엔 공약이었던 ‘단계적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폐기하자, 1차로 전환된 영어만 절대평가로 남았다.

무엇보다 입시·교육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최대한 신중한 게 옳다. 전문가 토론 등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최상위 결정자의 발언이 등장하면 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3월 ‘69시간 근로’처럼 무르익지 않은 이슈가 발표되면 당사자와의 갈등이 생기고, 이를 수습하는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공교육이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옳다. 지난해 학원·과외비 등으로 쓴 돈만 26조원이다.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육아·교육비다. 이제는 초등생 의대반까지 인기라고 하니 과도한 사교육은 이제 ‘망국병’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시 환경을 바꿔야 한다. 특히 정책적 일관성 없이 정권마다 누더기로 만들어버린 수능을 이젠 개혁할 때가 됐다. 현재는 영어만 절대평가여서 국어·수학의 비중이 너무 크고, 준비 안 된 통합수능 실시로 ‘문과 침공’을 심화시킨다. 당초의 ‘수학능력 측정’이란 목표는 사라지고, 빠른 시간 안에 여러 문항을 푸는 ‘초치기’ 시험으로 전락했다.

잠자는 학생이 교실의 절반이라는 공교육도 문제다. 교사보다 학원 강사의 말을 중시 여기는 데에는 분명 학교의 잘못도 있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교실에서도 한다면 지나친 사교육 의존은 완화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세심히 듣고, 정책적으로 무르익은 쇄신 방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