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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송영길 전 보좌관 내주 재소환…"전달책 아닌 돈봉투 살포 '키맨'"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박모(54)씨를 다음 주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3일 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때만 해도돈봉투를 국회의원 등에 건넨 ‘전달책’으로 봤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며 돈봉투 살포 기획 단계부터 보고를 받고 돈을 분배하는 등 사실상 ‘곳간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달통로→곳간지기 부각된 박 전 보좌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 7일 서울중앙지검에 '2차 자진출석'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종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 7일 서울중앙지검에 '2차 자진출석'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종호 기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박씨를 이번 사건 핵심 인물로 보고 재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한편, 그간의 수사상황을 정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돈봉투 살포 뿐 아니라 송 전 대표의 외곽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가 송 전 대표 캠프의 컨설팅 비용을 대납한 의혹도 불거진 만큼, 검찰은 박씨가 두 가지 의혹 모두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박씨가 사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수사 초기보다 높아졌다. 4월 10일 검찰이 청구한 윤관석 의원 압수수색영장에는 박씨 이름이 6번 등장한다.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가 도합 7000만원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전달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검찰이 강 전 감사를 구속기소 할 때는 박씨 이름이 20번 등장했다. 역할도 전달 통로에서 ‘자금 관리 담당조’로 바뀌었다. 강 전 감사는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사업가 김모씨에게 “경선캠프에 자금이 부족하니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그런데 김씨는 강 전 감사를 거치지 않고 박씨에게 직접 ‘경선 준비를 잘 하라’며 현금 5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5000만원 직접 받고 돈봉투 살포 방법도 상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강래구 전 감사 공소장에 따르면 돈봉투를 직접 뿌린 의혹을 받는 윤관석 의원 역시 박씨를 돈봉투 살포 전 상의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24일 강 전 감사에게 “경쟁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다고 하는데, 우리도 마지막으로 의원들한테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박씨와 상의를 해 볼 테니 너(강 전 감사)도 전화해서 얘기를 해라’고 했다. 윤 의원 본인도 직접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1차적으로 3000만원 상당의 돈봉투 살포가 결정되자 박씨는 강 전 감사와 논의해 300만원씩 봉투 10개를 만들어 이 전 사무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3000만원을 추가로 뿌려야 한다며 강 전 감사에게 요청했을 때도 박씨가 보관하던 자금이 활용됐고, 이 전 부총장→윤 의원 순서로 돈봉투가 전달됐다.

檢 다음 스텝은 박 전 보좌관…구속영장도 관건

민주당 돈봉투 의혹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 뉴스1.

민주당 돈봉투 의혹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 뉴스1.

박씨 소환조사가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박씨와 돈봉투 살포를 공모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선 구속영장(체포동의안)이 청구됐고, 강 전 감사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사무부총장과 박씨의 통화녹음도 확보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컨설팅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지난 15일 먹사연 회계담당자인 또다른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씨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먹사연과 송 전 대표 경선캠프의 회계를 함께 맡았고, 지난 3월엔 프랑스로 건너가 송 전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검찰은 같은 날 송 전 대표 캠프와 컨설팅계약을 맺었던 얌전한고양이 대표 전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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