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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싼 진료비는 이것 때문" 지적 뒤 탄생한 1조 매출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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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의약위생계 분과 토론에서 당시 보건부 부부장이었던 왕궈창(王国强)은 진료비가 비싼 주요 원인을 ‘수입 의료 장비’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첨단 의료 장비 생산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014년 중국 의료기기 산업 발전 청서에 따르면 중국 내 고급 의료 장비 가운데 CT의 경우 80%, MR은 90%, PET/CT*는 100%가 수입 브랜드였다.

*PET/CT

PET와 전산화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을 통합시킨 검사 방법이다. 기능적 영상검사(PET)와 형태적 영상검사(CT)를 동시에 시행해 병소의 정확한 위치와 체내 대사 기능을 함께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 정확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수술)효과를 판정하는 데 유용하다.

고급 의료 장비의 자국 내 생산이 시급하다는 논의가 대두됐던 2011년, 독일의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지멘스(SIEMENS)에 근무하던 이들이 합심해 상하이에 롄잉의료(联影医疗, 상하이롄잉의료과기유한공사, SH:688271)를 설립했다.

롄잉의료의 고성능 의료 영상 장비. 롄잉의료 공식홈페이지

롄잉의료의 고성능 의료 영상 장비. 롄잉의료 공식홈페이지

롄잉의료의 등장은 중국 의료 산업 전반에 큰 의미를 가진다. 롄잉의료의 활약 덕에 중국이 의료 영상 장비의 핵심 분야에서 차보쯔(卡脖子: 자체 기술력 부족, 핵심 기술의 수입 의존) 문제를 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롄잉의료는 상하이 본사를 거점으로 미국,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폴란드 등에 지역 본부와 기술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다.

롄잉의료의 주요 사업은 고성능 의료 영상 장비, 방사선 치료 제품, 생명 과학 기기의 개발 및 생산이다. 제품군은 자기공명영상기기(MR),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분자영상(MI) 기기, 방사선치료(RT) 기기, 생명 과학 기기 등을 아우른다. 롄잉의료의 제품은 미국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캘리포니아 대학(데이비스 캠퍼스), 일본 후지타 의과대학 병원, 일본 난도호쿠 병원 등 세계 여러 국가의 의료 기관 및 연구 기관에서 활용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롄잉의료가 해외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중 빅쓰리(BIG3)에 해당하는 GPS(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네덜란드 필립스(Philips)·독일 지멘스(Siemens))에 대항할 유일한 기업이라 평가한다. 롄잉의료의 명성은 투자 규모로도 입증됐다. 2017년 9월 롄잉의료는 33억 3300만 위안(약 6727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이는 중국 의료 장비 산업에서 단일 사모펀드 파이낸싱으로는 사상 최고 금액이다.

2022년 8월 22일에는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에 상장했다.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롄잉의료의 대주주는 롄잉집단으로 23.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쉐민(薛敏)이다. 2대 주주는 상하이 국유자산위원회 산하 기업인상하이롄허(上海聯和)로 18.64%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주주의 든든한 배경은 롄잉의료가 급속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다.

롄잉의료는 중국 최초로 MR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 출처 롄잉의료 공식홈페이지

롄잉의료는 중국 최초로 MR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 출처 롄잉의료 공식홈페이지

🩺 롄잉의료, 업계 독과점에 제동 거나?

2012년 롄잉의료는 중국 최초로 MR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 장비의 작동 여부 및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MR 사업부 대표였던 장창(張强)이 자발적으로 롄잉의료 MR의 첫 인체 스캔 대상자가 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듬해인 2013년 롄잉의료는 자체 연구를 통해 PET/CT도 개발했다. 최종 성능 테스트 단계에서 회사의 R&D 핵심 인력들이 테스트에 직접 참여했는데, 이러한 용기와 희생, 결단력은 롄잉의료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롄잉의료가 오늘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용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의료 서비스를 대하는 중국인들의 인식 변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갖춰졌기에 가능했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 인구 고령화 문제, 국민의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며 중국 시장에서 고품질 의료 영상 기술과 설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의료 영상 장비 산업은 기술 장벽이 높아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산업이다. 특히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중국의 의료 영상 기기는 낮은 산업 집중도, 영세한 기업 규모, 중고급 시장에서의 낮은 시장 점유율 등 다양한 악조건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영상 장비의 개발에 대한 정책 변화와 지원이 증가하며, 중국 내 의료 장비 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토대가 마련됐다.

코로나19도 롄잉의료의 폭발적 성장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X선 영상 기기와 CT는 코로나19 감염을 진단하는 중요한 장비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롄잉의료의 매출도 증가했다. 2020년 롄잉의료의 CT 판매량은 1277대로 2019년 대비 663대 증가했다. 이로 인해 15억 위안(약 2673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X선 영상 기기 역시 판매량 증가로 수익이 4억 6000만 위안(약 819억 원)가량 증가했다.

롄잉의료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매출액은 92억 3800만 위안(약 1조 6525억 원)으로 지난해(72억 5400만 위안) 대비 27.36%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롄잉의료는 매출액 상승은 물론이고 중국 내 프리미엄 의료 영상 기기 업체이자 선도 기업이라는 인식을 굳히게 됐다.

💉 ‘12조 규모’ 시장의 대표 주자 등극

중국상업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의료 영상 장비 시장 규모는 2016년 342억 위안(약 6조 9258억 원)에서 2020년 537억 위안(약 10조 8747억 원)으로 연평균 11.9%의 복합성장률을 기록했다. 2022년, 중국 의료 영상 장비 산업의 시장 규모는 617억 위안(약 12조 4948억 원)에 이르렀다. 의료 영상 장비를 조금 더 세분화 해보면, CT가 32%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뒤를 이어 XR(23%), 초음파 장비(19%), MR(17%), PET/CT(2%)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롄잉의료에는 총 2147명의 연구 개발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직원 중 39.19%에 달하는 수치다. 롄잉의료는 이런 연구 개발 인력을 바탕으로 설립 이후 총 80여 개 이상의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다. 특히 디지털 진단 및 치료 분야에서는 롄잉의료의 시스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의료 장비와 애플리케이션 간의 클라우드 및 의료 자원 공유를 실현해 병원, 환자를 위한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상장 이후 롄잉의료의 제품은 중국 전역 약 900여 개에 달하는 산쟈(三甲) 병원*에 공급되며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롄잉의료는 의료 장비와 애플리케이션 간의 클라우드 및 의료 자원 공유를 실현해 병원, 환자를 위한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롄잉의료 공식홈페이지

롄잉의료는 의료 장비와 애플리케이션 간의 클라우드 및 의료 자원 공유를 실현해 병원, 환자를 위한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롄잉의료 공식홈페이지

*산쟈 병원: 중국 내 최고 등급의 고급 병원

🤷‍♀️ 롄잉의료가 돌파해야할 과제는?

롄잉의료는 PET 디지털 광전도 감지기, MR 초전도 자석, MR 경도 전력 증폭기, MR 무선 주파수 전력 증폭기, CT 시공간 검출기와 같은 첨단 의료 영상 및 방사선 치료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자체 개발을 실현했다.

그러나 일부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 공급망의 완전한 자율을 달성하지 못한 것. 이는 자사 제품의 공급 불안정이라는 위험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업계 최대 수혜자는 '외국 기업'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CT의 경우 빅3가 여전히 시장 1, 2, 3위 자리를 확고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GE 27.46%, 지멘스 23.85%, 필립스 16.18%) 그러나 롄잉의료가 15.14%로 업계 3위인 필립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가의 정책적 지원, 시장 수요 확대, 중국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고품질 의료 영상 기기 산업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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