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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 상품 5만, 기업 고객 2000’ 하이디라오가 키운 中 식자재 B2B 유니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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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공급망을 잡는 자가 외식업계를 잡는다. 외식업체의 식자재 조달 능력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외식업의 3대 영업비용은 인건비, 임대료, 식자재다. 이 중 인건비와 임대료는 복잡한 사회적 요인으로 사실상 조정이 어렵다. 그러나 식자재는 유통단계를 줄이고 가격거품을 없앤다면 둘보다는 쉽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최대 훠궈(火鍋·샤부샤부) 체인점인 ‘하이디라오(海底撈)’다. 하이디라오는 자체 공급망을 구축해 고품질의 식자재를 싼 가격에 공급받았다. 장융(張勇) 하이디라오 창업주는 “우리가 가장 강한 것은 공급망”이라며 “중앙 조리실과 배송센터를 둘러본다면 확실히 ‘세계 일류’인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던 데에는 ‘수하이(蜀海)’의 공이 크다. 하이디라오의 공급망 자회사였던 수하이는 하이디라오의 중앙 조리실을 운영하고 전국 매장에 식자재를 공급했다. 그러던 중 2014년에 하이디라오에서 분할해 나와 종합 식자재 유통기업으로 공식 출범했다.

*중국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중 상당수는 중앙 조리실을 통해 식재료를 반제품 또는 완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각 지점에 밀키트 형태로 배분한다.

사진 zhizhizhi.com 캡처

사진 zhizhizhi.com 캡처

수하이는 2000여개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식자재 발주 및 배송 ▲맞춤형 메뉴 개발 ▲데이터 관리 ▲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진딩쉬엔(金鼎軒, 딤섬 전문점), 펑마오카오촨(豐茂烤串, 꼬치 전문점), 위젠샤오몐(遇見小, 면요리 전문점)등이 모두 수하이의 고객사다.

중국 대표 ‘식자재 파트너’로 우뚝 선 수하이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①구매

취급 품목(SKU)이 5만개가 넘는다. 채소, 과일, 고기, 해산물 같은 신선식품부터 통조림, 냉동식품, 밀키트, 주방용품, 주류까지 안 파는 게 없을 정도다.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식자재 공급을 위해 생산농가와 공급업체를 엄격하게 선정하고 위생 등을 수시로 점검한다.

②품질관리

자체 식품 가공 공장과 채소 재배기지에서 식자재를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8곳의 지정 실험실에서 유통되는 식자재에 대한 물리적·화학적·미생물학적 정밀검사를 한다. 신뢰성 있는 결과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③연구개발

베이징, 상하이, 둥관(東莞), 우한(武漢)에 혁신연구개발센터를 운영 중이다. 유명 셰프 및 요식업 베테랑들로 전문 팀을 꾸려 기업 고객 맞춤형 메뉴를 개발하고 표준화한다.

④물류

베이징, 상하이, 둥관, 우한, 정저우(鄭州), 시안(西安), 청두(成都), 난징(南京)에 대형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다. 2000여 대의 냉동·저온·상온차량이 매일 1000톤에 달하는 물자를 전국 각지로 배송한다. 전 차량에 GPS와 온도 제어 센서를 탑재했으며, 스마트 배차 시스템을 통해 운행과 상품 적재 효율성을 높였다.

사진 foodaily.com 캡처

사진 foodaily.com 캡처

⑤금융

여러 금융 기관과 협력해 공급망 상·하류 기업에 재고자산 담보대출, 창고증권 발행 등을 중개한다. 이를 통해 공급업체의 자금 압박 문제를 해결하고, 공급가격을 낮추어 매출 총이익률을 증가시킨다.

⑥디지털전환

발주, 생산, 배송 등을 통합한 자체 SaaS 플랫폼을 구축했다. 발주량과 재고량의 연동 관리, 정확한 수요예측, 생산라인 자동화 등을 통해 원가절감과 효율제고를 이뤄냈다. 빅데이터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수집한 고객 데이터와 관련 산업 정보를 분석해 유료 기사로 판매하기도 한다.

수하이의 디지털 전환

'2023년 중국 외식업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에 관해 연설하고 있는 궁리(龔力) 수하이 CEO. 사진 2023년 중국 외식업 정상회의

'2023년 중국 외식업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에 관해 연설하고 있는 궁리(龔力) 수하이 CEO. 사진 2023년 중국 외식업 정상회의

처음엔 디지털 전환을 단순히 기업 외부에 맡겼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에 능한 전문가에게 기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식자재 유통 및 외식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지 못했다. 첫 번째 실패로 교훈을 얻은 수하이는 2017년부터 직접 내부에 팀을 꾸려 대대적인 디지털 개혁에 착수한다. 마침 화웨이에서 B2B 사업을 담당했던 궁리(龔力)가 새로운 CEO로 부임하며 디지털 전환은 더욱더 탄력을 얻게 됐다. 현재 수하이는 중국 식자재 유통업계에서 디지털 혁신능력이 가장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막강한 경쟁력으로 중국 식자재 B2B 시장을 선도하는 수하이는 2017년 ‘중국요리 우수재료 공급업체’, 2019년 ‘올해의 중국 콜드체인 물류 종합 능력 기업’, 2021년 ‘올해의 중국 요식업 공급망 Top 10’ 등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9월에는 뱅크 오브 차이나 그룹 인베스트먼트(BOCGI)와 중국농업개간산업발전기금(中國農墾產業發展基金)등으로부터 8억 위안(약 143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다. 중국 산업 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은 수하이의 올해 기업 가치를 150억 위안(약 2조 6896억원)으로 평가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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