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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간 쇠질에 청교도 식단, 40대 주부도 조각상 몸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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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25면

[스포츠 오디세이] 보디빌딩 열풍

2023 미스터코리아를 차지한 김진호 선수(왼쪽)와 미즈코리아에 오른 김연주 선수. [사진 대한보디빌딩협회]

2023 미스터코리아를 차지한 김진호 선수(왼쪽)와 미즈코리아에 오른 김연주 선수. [사진 대한보디빌딩협회]

‘미스터코리아 선발대회’가 처음 열린 건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인 1949년이다. 레슬링 선수 출신 조순동이 초대 미스터코리아가 됐다. 전쟁통에도 거르지 않고 매년 대회가 열려 올해 75회를 맞았다. ‘육체미 체육관’이 ‘피트니스센터’로 바뀌는 동안 ‘신체(Body)를 지어가는(Building)’ 운동의 트렌드도 바뀌어 가고 있다.

처음엔 ‘큰 게 좋은 것’이었다. 몸무게의 두세 배 되는 쇳덩이를 드는 역도에서 나온 게 보디빌딩이었으니, 크고 우람한 근육을 자랑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보디빌딩협회(대보협)은 1987년 대한역도연맹 분과위원회에서 분리돼 창설됐다.

그런데 보디빌딩 선수들이 열심히 단련해 만든 우람한 근육이 사람들, 특히 여성들로부터 “부자연스럽다” “징그럽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가 됐다. 지금은 보기 좋고 자연스러운 신체미가 각광 받는다. 여성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국제보디빌딩연맹(IFBB)도 대세를 수용해 다양한 종목을 신설했다.

체전 정식종목서 빠졌다가 올해부터 복귀

클래식 보디빌딩은 2005년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았다. 기존의 보디빌더에 비해 근육 발달도는 조금 덜할지라도, 탄탄하고 남들이 보기에 아름다운 신체를 선호하는 남성들을 위한 종목이다. 피지크는 아예 상체 근육만 보는 종목으로, 선수들은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착용한다.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코칭을 받아 탄탄한 몸매와 식스팩을 자랑하는 연예인을 연상시킨다.

여자 종목인 보디피트니스도 남자의 클래식과 비슷하다. 심판은 전체적인 인상에서부터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근계와 체격의 균형적이고 대칭적인 발달, 피부와 피부 톤, 자신감·침착함과 우아함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종합 심사한다. 비키니피트니스는 보디피트니스보다 근육이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야 하며 근육이 과도하게 선명하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된다. 신설된 종목들은 체중이 아니라 신장으로 체급을 나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5~7년 정도 꾸준히 하면 대회에 나갈 정도가 된다. 선수들은 보통 3개월 전부터 정교한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한다. 약한 쪽 근육을 보강하고, 강점이 드러나도록 포징을 연습한다.

지난 6월 2~4일 경북 경산에서 ‘제 75회 미스터&미즈코리아’ 대회가 열렸다.(미즈코리아는 1997년 시작) 전국에서 ‘쇠질’ 좀 한다는 전문선수·시니어·동호인 304명이 출전했다. 남자부는 보디빌딩·클래식보디빌딩·피지크·클래식피지크로 나눠 경기가 치러졌다. 여자부는 보디피트니스·피지크·비키니피트니스 종목이 열렸다.

심사 부위 ①이두근의 솟은 정도. ②전완근의 선명도. ③광배근의 양쪽 균형. ④측면에서 본 가슴근육. ⑤종아리 근육의 갈라짐. ⑥삼각근의 도드라짐. ⑦승모근의 균형. ⑧광배근의 펼쳐짐. ⑨측면에서 본 삼두근. ⑩복근의 선명도. ⑪허벅지 근육의 밀도.

심사 부위 ①이두근의 솟은 정도. ②전완근의 선명도. ③광배근의 양쪽 균형. ④측면에서 본 가슴근육. ⑤종아리 근육의 갈라짐. ⑥삼각근의 도드라짐. ⑦승모근의 균형. ⑧광배근의 펼쳐짐. ⑨측면에서 본 삼두근. ⑩복근의 선명도. ⑪허벅지 근육의 밀도.

남자 선수들은 7개 규정 포즈를 보여주면서 근육의 양, 선명도, 좌우 대칭과 균형미 등을 심사받았다. 관중석은 응원단과 코치들의 환호와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202번 최고다” “297번 하체 좋다”는 응원단이, “다리, 다리” “오른쪽으로 돌아”는 코치들이 내는 소리였다. 체육관 밖에서는 대기 선수들이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아령으로 펌핑을 하는 선수,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선수, 정성껏 오일을 바르는 선수….

여자 대표로 선수선서를 한 김미소(황순철퍼스트피트니스) 선수를 잠깐 만났다. 지난해 경북 영주에서 열린 세계피트니스여자선수권 금메달(45세 이상)을 딴 그는 고1·중3 형제의 엄마다. 둘째를 낳고 체중이 90㎏까지 불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부친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하루 6시간 개인운동을 하면서 트레이너로도 일하고 있다. 김 선수는 “새벽 4시10분에 일어나 공복 유산소운동 하고, 집에 와서 애들 아침 챙기고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합니다. 오전 수업 끝나고 두 시간 더 운동하고 집에 와서 저녁 차려놓고 다시 체육관에 가서 수업과 훈련을 해요. 집-체육관을 하루 세 번 왕복하는 거죠”라며 웃었다.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으니 “운동하는 것보다 식단”이라고 했다. 가족들 식단과 별도로 단백질과 채식을 여러 차례 나눠 먹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덕분에 가족이 건강식단에 익숙해졌고 남편의 지방간도 사라졌다고 한다. “이 운동은 열심히 한 만큼 몸으로 결과를 알 수 있는 정직함이 매력입니다.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서 몸에서 그 결과가 나오니까요. 다만, 꾸준히 오래 할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김 선수는 곧바로 대회에 출전해 보디피트니스 163~168㎝급에서 2위를 차지했다.

‘청교도급 식단’과 더불어 선수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약물의 유혹’이다. 근육량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욕심이 금지약물을 곁눈질하게 만든다. 2011년과 2016~18년 미스터코리아가 도핑에 적발돼 자격박탈·정지 등의 징계와 불명예를 당했다. 도핑 사고가 끊이지 않자 급기야 대한체육회는 2019년 보디빌딩을 전국체전 정식종목에서 빼 버렸다. 체전 점수에 반영이 되지 않으니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실업팀이 줄줄이 해체됐고, 엘리트 선수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 대보협의 지속적인 노력과 선수들의 협조로 다행히 올해부터 보디빌딩이 정식종목으로 복귀했지만 체전 반영 점수는 50% 깎였다.

1982년 미스터코리아 출신인 창용찬 대보협 홍보이사는 “대보협이 승인하지 않은 사설 대회에서는 도핑 테스트를 하지 않습니다. 입상과 상금 욕심 때문에 그쪽으로 빠져나간 선수들이 있는데, 금지약물의 유혹에 빠지면 여성의 남성화, 정자수의 감소 등 부작용이 생기고, 혈관질환 등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직접적 원인이 됩니다. 스포츠맨십의 페어플레이에도 어긋나는 도핑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약물, 정자 감소·혈관질환 부작용 커

대회 마지막 날, 하이라이트인 미스터코리아와 미즈코리아를 뽑는 시간이 됐다. 남자부는 보디빌딩 8개 체급별 우승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량을 뽐냈다. 8명→5명→3명→2명으로 후보자가 줄었다. 최후에 남은 사람은 -70㎏급 강우석(대전시체육회)과 최중량급인 +90㎏급의 김진호(광명시체육회). 마지막 포징을 마친 두 사람은 탈진 직전이었고, 몸에선 비 오듯 땀이 쏟아졌다. 제 75대 미스터코리아의 영예는 김진호 선수에게 돌아갔다.

미즈코리아는 보디피트니스 우승자 3명이 겨뤘다. 여자 선수들은 규정 포즈 대신 쿼터 턴(네 방향으로 차례로 돌며 포즈를 취함)으로 심사를 받았다. -163㎝급 김연주(울산시보디빌딩협회) 선수가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퀸의 자리에 등극했다.

시상식에서 아들과 딸을 양팔에 번쩍 들어 올린 김진호 선수는 “미스터코리아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어요. 철저한 언더독이었던 제가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정도로 이 운동은 구력이 쌓이고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냅니다” 라며 ‘예비 미스터코리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대보협 이창규 실무부회장이 대회 총평을 했다. “참가 선수가 2년 전에 비해 100명 이상 늘었고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의 참가 숫자가 늘고 운동량도 많아진 게 고무적이지요. 대보협이 주관하는 모든 전국대회는 사설 대회들과 달리 철저히 도핑 검사를 하기 때문에 내추럴로만 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인내하고 훈련하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기회를 얻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남녀들이 전국의 피트니스센터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피트니스 인구의 급증은 지도자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생활스포츠지도자 2급 자격시험의 보디빌딩 응시자는 1만5000명을 넘어 45개 종목 중 1위였다. 올해는 2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대보협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의 코칭을 받는 전국의 ‘쇠질꾼’들은 이미 미스터&미즈코리아로 가는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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