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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75% 부상 경험…당신 자전거 ‘A·B·C’ 안전하십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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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14면

자전거족 1300만 시대, 사고 주의보

경북 포항시 형산강 자전거도로에서 동호인들이 질주하고 있다. 자전거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일렬주행은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경북 포항시 형산강 자전거도로에서 동호인들이 질주하고 있다. 자전거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일렬주행은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지난 5월 8일 월요일. 나는 북한강 자전거길(약 80㎞) 라이딩에 나섰다. 제주도 해안선 자전거길(약 250㎞)을 1박2일에 완주한 경험이 있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팔당역 앞에 있는 한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인터넷에는 종일 임대료가 2만5000원으로 돼 있었는데 여기서는 1만3000원에 빌려줬다. 도로용과 산악자전거 중간급인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깔끔하고 괜찮아 보였다.

골목서 나올 땐 멈추고 좌·우·뒤 확인

북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라이딩에 나섰다. 가평에서 유턴을 하면서부터 자전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안장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느슨해지면서 안장이 앞뒤와 아래위로 끊임없이 움직였다. 로데오 경기에서 미쳐 날뛰는 소를 탄 느낌이었다. 뾰족한 안장 앞부분이 엉덩이를 찔러댔다. 오른손을 뒤로 빼 안장을 조절하는 순간, 중심을 잃고 아스팔트에 나뒹굴었다. 큰 사고는 면했지만 양쪽 팔꿈치와 무릎이 도로에 갈려 피가 철철 났다. 설상가상, 체인이 빠지면서 어딘가에 끼였는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라이더의 도움으로 체인을 복구해 간신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의 경험으로 자전거 안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스포츠안전재단에 의뢰해 스포츠안전사고 실태조사(2020년 발표) 종목별 보고서를 입수했다. 생활스포츠를 즐기는 일반국민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다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무려 75.1%를 기록했다. 생활스포츠 전체 부상 비율(64.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그만큼 자전거 부상 위험이 크다는 뜻이었다.

부상 부위는 발목(35.2%)이 가장 많았고, 무릎(25.0%)-손바닥(14.0%) 순이었다. 종아리(12.6%)와 손목(11.3%)도 많이 다치는 부위였다. 부상 원인으로는 미끄러져 넘어짐(36.9%), 물체에 걸려 넘어짐(23.7%), 무리한 동작(18.7%), 주변 시설과 충돌(15.2%) 순이었다.

거의 매일 북한강 자전거길에서 라이딩을 즐긴다는 황의성 씨는 “자전거 동호회의 일렬주행과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굉장히 많다. 앞서 가던 자전거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선두가 넘어지면 촘촘히 달리던 자전거가 연쇄 추돌을 일으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자전거 사고로 죽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1년에 100명 안팎이다. 경찰청 자료(연도별 자전거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26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2021년에 70명까지 내려왔다가 2022년 91명으로 다시 늘었다.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신고 안된 채 처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사망사고는 안전모 미착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망 사고 부위의 73.4%가 머리인데, 사망자의 55.7%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7.9%만 착용했다.(36.4%는 확인 안됨)

국가통계포털의 ‘사고유형별 자전거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자전거 관련 사고 5509건 중 차대차(자전거와 자동차) 간의 충돌이 3992건(7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측면충돌이 19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망자도 26명이나 발생했다. 이는 자전거가 골목에서 도로로 진입할 때 달려오는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 유형이다. 대한자전거연맹도 안전교육 중 ‘골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올 때는 우선 자전거를 멈추고 좌·우·뒤를 확인하고 진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사고 유형은 자전거 단독 사고로 발생 건수(250건) 대비 사망자(27명) 비율이 10.8%에 이르렀다. 특히 도로이탈 추락 사고는 11건 발생에 6명이나 사망해 사망률이 절반을 넘었다. 한적한 도로나 강변 등에서는 과속·음주 등으로 도로를 이탈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지역별 공공자전거 서비스도 계속 늘고 있다. 창원시의 누비자를 시작으로 서울(따릉이), 대전(타슈), 광주광역시(타랑께), 경주(타실라), 세종(어울링) 등 이름도 기발하다.

주행중 이어폰·휴대폰 사용해선 안돼

서울 강남구에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에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로부터 따릉이 운영을 위탁받은 서울시설공단의 자료를 받았다. 따릉이 대여 10만 건당 사고 건수는 2019년(4.36건)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어 2022년에는 2.16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유형으로는 주행 시 주의 부족으로 인한 넘어짐, 무리한 추월 시도나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자전거끼리 충돌 등이 가장 빈번했다.따릉이는 도입 초기엔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으나 꾸준히 자전거 성능 향상, 운영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만 자전거 거치대에 지붕이 없어 눈비와 바람에 노출되는 바람에 마모와 고장이 생길 우려가 크고, 실제로 주행 도중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들은 이용 전 ‘ABC’를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 타이어 공기압(Air)은 양손 엄지로 타이어를 눌러서 바람이 제대로 들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브레이크(Brake)는 양쪽 브레이크 손잡이를 차례로 작동해 확실히 제동이 되는지를 봐야 한다. 체인(Chain)은 페달을 뒤로 돌려서 체인이 빠져 있지 않은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안장 조임과 높낮이도 점검해야 한다.

안전한 따릉이 이용을 위해 기본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주행 중에는 이어폰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자전거도로로 주행하되 자전거도로가 없는 경우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한다. 두 대 이상 나란히 통행해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은 사고와 직결되므로 금물이다.

따릉이 등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함 중에서 오르막 주행이 어렵다는 게 있다. 힘껏 페달을 밟아도 잘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일레클·킥고잉 등 대여형 전기자전거가 인기다. 서울 강북에서만 오가던 일레클은 최근 서비스 범위를 강남까지 넓히고 자전거 성능도 향상시켰다.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따릉이에 전기자전거도 포함시켜 달라’는 민원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사고 위험이 커서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는 회신을 했다.

실제로 전기자전거는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차체가 앞으로 쑥 나가고 일반 자전거에 비해 가속도 잘 된다. 이로 인해 사망사고까지 일어난 적도 있다. 더구나 시중의 대여형 전기자전거는 충격흡수장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부분을 지날 때 충격으로 인해 핸들에서 손을 놓치게 되면 자칫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전기자전거보다 더 위험한 게 전동킥보드라고 부르는 개인형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이다. 킥보드는 사고 시 탑승자를 보호할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큰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킥보드 사고는 2386건이 일어났고, 무려 26명이 사망했다. 5년 새 자전거 사고와 사망자는 크게 늘지 않은 반면 킥보드 사고는 10.6배, 사망자는 6.5배나 급증했다.

우리 국민 1300만명이 이용하는 자전거는 스포츠·레저로서는 물론 생활 속 이동수단으로도 자리를 잡았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된다. 하지만 승용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에서 자전거는 ‘위협’을 느끼고, 복잡한 인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위험한’ 존재가 돼 있다. 안전한 자전거 생활을 위해 출발 전 차체 점검, 안전장비 착용, 안전수칙 준수, 보행자 보호는 필수다. 자전거도로 확충, 관련 법령 정비 및 안전교육 확대 등은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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