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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친모 때려 숨지게 한 '심신미약' 아들…징역 10년 확정

중앙일보

입력

10년 가까이 조현병을 앓다 약물 복용을 한 달 끊은 사이 80대 모친을 폭행해 숨지게 한 아들이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암 투병 중인 노모를 다른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돌봐야 하는 데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 자택 안방 침대에 누워있던 87세 모친을 수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인 A씨 모친은 시각장애인 1급으로 앞을 보지 못해 거동이 불편한 데다 유방암을 앓고 있었는데, A씨는 당시 이런 모친을 형제 등 다른 가족들이 돌보지 않고 자신이 힘들게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긴급체포 후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고 엄마를 천국에 보낸 후 나도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모친을 언급하며 “내가 매일 지옥에 있는 거 아니냐. 여기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엄마를 천국에 보내드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병 약물 복용 중단…심신상실 상태였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조현병을 앓고 있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고, 모친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친을 살해했다고 하더라도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A씨는 2013년 4월 조현병을 진단 받은 뒤 2022년 2월 초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가, 사건 발생 전 한 달 가량은 약물 복용을 중단한 사실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1심은 이런 A씨 측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의 체포 직후 발언 등을 토대로 그가 범행 전후 상황을 기억하고 있으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다 증세가 악화돼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은 맞다고 봤다.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은 각각 심신장애로 인해 변별력이 없거나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뜻한다.

법원은 이와 함께 A씨가 실제 모친과 함께 살며 간병했던 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정황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2심 역시 A씨가 심신미약을 넘어선 심신상실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은 아닌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 또한 하급심이 심신상실 판단에 대한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 측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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