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하이엔드] 부산 앞바다 하늘 위로 날아오른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부산 앞바다의 파란 하늘에 오색 창연한 연이 날아올랐다. 그런데 이 연의 모습이 남다르다. 주황색과 하늘색·분홍색·남색 등 화려한 컬러에 말과 마구 그림들…. 분위기만으로도 알아챌 수 있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상징들이다.

부산에서 열린 에르메스 연날리기 페스티벌

지난 6월 7~8일 부산 영도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연날리기 페스티벌의 모습. 오색창연한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가 청명한 부산 하늘을 날았다. 사진 강인기 사진작가

지난 6월 7~8일 부산 영도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연날리기 페스티벌의 모습. 오색창연한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가 청명한 부산 하늘을 날았다. 사진 강인기 사진작가

맞다. 이 연은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로 만든 것들이다. 에르메스가 자신들의 실크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직접 제작한 것으로, 지난 6월 7·8일 부산 영도에서 개최한 '에르메스 연날리기 페스티벌'에 등장했다. '깃털과 깃털 장식(Plumets et panaches)' '가벼운 드레스(Robe légère)' '구름 위에서(Sur mon nuage)'란 이름을 가진 스카프 연들이 하늘을 이쪽저쪽으로 가로지르며 날아 다녔다. 마치 '날 좀 봐'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습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커다란 정사각형 크기의 까레, 반대로 손수건만 한 반다나, 마름모꼴의 로장지 등 다양한 형태의 스카프들이 비행체로 변신해 부산 하늘을 가득 채웠다. 청명한 하늘을 나는 연의 비행을 보고 있자니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했다. 이렇게 에르메스 스카프는 부산 하늘을 날며 자신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들려줬다.

에르메스 연날리기 페스티벌의 포토존. 강인기 사진작가

에르메스 연날리기 페스티벌의 포토존. 강인기 사진작가

에르메스의 스카프 연을 날리고 있는 연날리기 전문가의 모습. 강인기 사진작가

에르메스의 스카프 연을 날리고 있는 연날리기 전문가의 모습. 강인기 사진작가

다양한 크기와 문양의 에르메스 스카프가 펄럭이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강인기 사진작가

다양한 크기와 문양의 에르메스 스카프가 펄럭이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강인기 사진작가

브랜드 역사 담은 실크 스카프 
페스티벌에 등장한 스카프 연에는 에르메스의 역사가 담겨있다. 지금이야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명품의 대표로 여겨지고 있지만, 처음은 마차에 필요한 용구와 안장 등 고급 마구 제작으로 시작했다. 1837년 브랜드를 만든 창립자 티에르 에르메스는 당시 말 목에 거는 줄 길이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30년 뒤인 1867년엔 세계 박람회에서 1등 상을 받으며 장인으로서 인정받게 된다. 이후 그의 솜씨를 알아본 프랑스 귀족들이 자신이 탈 마차의 마구를 주문하면서 에르메스는 '상류층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에르메스 스카프에 등장하는 말과 마차, 마구 문양은 바로 이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브랜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들. 고급 마차에 사용되는 마구를 만들던 브랜드 창립 당시의 이야기를 스카프에 담았다. [사진 에르메스]

브랜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들. 고급 마차에 사용되는 마구를 만들던 브랜드 창립 당시의 이야기를 스카프에 담았다.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가 패션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은 산업혁명과 자동차 대중화의 영향이 컸다. 회사를 물려받은 티에르 에르메스의 손자 에밀 에르메스는 1914년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건너가 자동차를 보고 위기감을 가진다. 마차의 시대가 끝나면 마구 생산 회사인 에르메스에 큰 타격이 있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 생산도 영향이 있었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일반 대중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유럽 상류층에겐 환영받지 못했다. 에밀 에르메스는 사업 방향을 바꿔 상류층을 고객으로 한 고급 패션 제품과 생활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문 제작 가방 등 가죽 제품을 만들었고, 스카프는 1937년에 처음 선보였다.

에르메스는 실크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죽처럼 상위 1%의 최상급 실크만을 사용한다. 실크에 아름다운 색을 입히는 것은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으로, 이를 위해 별도의 색상 전문가가 프랑스 리옹 아틀리에에서 연구한다. 단순히 컴퓨터로 색을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크 위에 직접 프린트해 색을 시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카프 한장을 만들기 위해 30장이 넘는 샘플을 만들기도 한다. 또 매주 색상위원회를 소집해 색만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이들이 실크 제품에 들이는 노력이 대단하다.

실크 제품 알리는 새로운 방식
이번 연 날리기 페스티벌은 이렇듯 공들인 에르메스 실크 제품을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를 시작해 두바이, 아르헨티나를 거쳐 세계를 순회 중으로 한국도 올해 개최했다. 이후 실질적인 엔데믹 시대를 맞이해 중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참가자들이 워크샵에서 만든 연들. 이 연들은 다음 나라로 이동해 페스티벌의 여정을 이어 나간다. 강인기 사진작가

참가자들이 워크샵에서 만든 연들. 이 연들은 다음 나라로 이동해 페스티벌의 여정을 이어 나간다. 강인기 사진작가

행사에선 참가자들이 전문가와 함께 하는 연 만들기 워크숍도 마련됐다. 실제 실크 스카프 대신 에르메스 스카프가 프린트된 테크니컬 캔버스 소재를 활용했는데, 참가자들은 직접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며 다양한 디자인의 에르메스 스카프가 하늘을 나는 오브제로 변신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워크숍에서 만든 연은 모아서 이후에 열릴 연날리기 페스티벌에 사용한다. 한쪽에선 가방을 만들고 남은 가죽 조각, 스카프·넥타이 등을 만들고 남은 실크 조각 등을 재활용한 소재로 간단한 모빌을 만드는 클래스도 열렸다.

부산=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