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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8곳 “하반기 투자확대 계획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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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 불황 먹구름이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투자 확대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주요 대기업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SK그룹은 15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최태원 회장 주재로 확대경영회의를 열었다. 그룹 내 최고경영진이 모여 하반기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회의에는 발목 부상으로 목발을 짚은 최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사장단 30여 명이 참석했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불황과 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 점검했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에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사업 상황에 맞춰 하반기 대응방안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박정호 부회장은 이날 취재진에 “올 하반기 전략이나 경영회의 내용은 비공개”라며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 사업부) 적자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 올 1분기 3조4023억원 등으로 영업적자가 불어나는 상태다.

다음 주에는 삼성전자가 본사 주요 경영진, 해외법인장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 예정이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20~22일, 반도체(DS)부문이 20일 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업 여건 등이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다”며 “어느 기업이나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위기 극복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기업 실적 악화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매출 500대 기업 대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곳 중 8곳 이상(85%)이 올 하반기에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60.7%)하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24.3%)겠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하반기 투자 활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28.4%)라고 답했다. 글로벌 긴축에 따른 금리 상승세 지속(22.1%)과 고환율 지속(14.3%) 등도 요인으로 꼽았다. 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10.3%가 ‘올해 하반기’라고 답했으며, 대부분(67.2%)은 내년(상반기 36.4%, 하반기 30.8%)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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