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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3세까지 재택근무"…저출산 급한 일본, 법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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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3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에 대해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역대 최저까지 떨어지자 일과 육아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것이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잔업에서도 면제된다.

지난 4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기 울음 스모' 대회에서 스모 선수들이 참가 아기들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 대회는 아기 울음이 악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는 일본 전통 사상에 따라 스모 선수들이 아기들을 들어올렸을 때 누가 더 크게 우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EPA=연합뉴스

지난 4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기 울음 스모' 대회에서 스모 선수들이 참가 아기들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 대회는 아기 울음이 악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는 일본 전통 사상에 따라 스모 선수들이 아기들을 들어올렸을 때 누가 더 크게 우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EPA=연합뉴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생노동성 산하 '일과 육아에 관한 전문가 연구회'는 전날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마련했다. 후생노동성은 이를 기반으로 '육아·개호휴업법' 개정안을 정리해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아이가 3세가 될 때까지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기업들에 촉구했다. 현재는 단축 근무(6시간)나 플렉스 타임 근무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재택근무도 선택지로 더해진다. 지자체에는 부모의 재택근무가 어린이집 입소 전형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지 않게 배려하도록 권고한다.

아이가 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보육을 하면서 일하는 방법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기업은 단축 근무나 플렉스 타임 근무, 재택근무 등의 선택지에서 2개 이상을 골라 사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잔업 면제 대상은 현행 '자녀 3세까지'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로 확대하도록 제언했다.

또 '자녀 간호 휴가' 대상을 현행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 이 간호 휴가를 낼 수 있는 요건에 입학·졸업식 등의 행사 참석이나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학교 폐쇄 등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남성 육아휴직률, 2030년엔 85%까지" 

일본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94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1.26명을 기록하자 저출산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총리는 지난 3월 "2030년대가 되기 전 6~7년이 저출산 경향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앞으로 3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연간 3조5000억엔(약 32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근무 방식을 제공하고, 여성에게 치우쳐있는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정부 목표를 2025년 50%, 2030년 85%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보고서에도 직원 300인 이상의 기업들에 남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정부의 압박에 대기업들이 움직이면서 일본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늘고 있다. 12일 NHK에 따르면 게이단렌(經團連)이 올해 4~5월 27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47.5%로 2021년보다 18.2%포인트 증가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회사 차원에서 육아휴직 장려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인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는 올해 7월부터 직원이 육아휴직을 쓸 경우 같은 부서의 동료들에게 최대 10만 엔(약 92만원)의 '육아휴직 응원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동료의 육아휴직으로 업무가 늘어날 수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 보상함으로써 죄책감 없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도록 독려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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