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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회복 신호탄? 1300원대 벗어난 원화값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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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한때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진 달러 당 원화가치가 오름세(환율은 하락)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의 금리 동결 기대감과 함께 반도체 등 수출 회복 조짐이 원화값을 다시 끌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직전 거래일(지난 9일) 대비 3.2원 오른 128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달러 당 원화 가치가 1290원을 웃돈 건 지난 3월 23일(1278.3원) 이후 82일 만에 처음이다. 앞서 지난 9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12.2원 오른 1291.5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4일(1298.9원) 이후 57일 만에 1300원대를 벗어났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올해 2월 1220원 수준까지 올랐던 달러 당 원화값은 최근 두 달간 1300원대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올라서지 못했다. 달러 당 원화값 1300원대는 지난해와 올해를 빼면 과거 위기 때나 나타나 한국 경제에 ‘위험 신호’로 여겨진다.

원화값 상승 배경에는 우선 이달 13~14일(현지시간) 예정된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기대감이 자리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2~7일 46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6명 중 44명이 이달 FOMC에서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해 ‘킹 달러(달러 초강세)’를 불러왔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멈춰서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수출 부진 흐름이 막바지에 있다는 기대감이 원화값 회복의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역 적자는 달러 유출을 의미해 달러당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내놓은 ‘6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수출 금액과 물량의 감소세가 일부 둔화하는 가운데 대(對) 중국 수출 감소폭이 점차 축소되는 등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액도 전년 대비 1.2% 증가하며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해 달러 강세가 지난해 대비 완화했음에도 원화 가치가 떨어졌던 것은 수출 부진으로 무역적자가 누적된 요인이 컸다”라며 “반도체 경기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 완화 기대 등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이 늘어난 게 원화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실제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5월 이후 국제금융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114억30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한은은 “공식 편제된 통계는 아니지만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관련 자료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순유입”이라며 “반도체 수출 회복 기대 등으로 유입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달러 당 원화값 1300원 수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증권 투자 자금은 곧 빠져나갈 수도 있는 만큼 수출 회복을 통한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해야 원화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FED가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다음 달에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12일 오후 4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73.6%에 달했다. 그러나 한 달 후인 다음 달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확률을 68.4%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53.3%, 0.5%포인트 인상확률도 15.1%나 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한 달의 기간을 두고 서로 다른 예측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혼선의 주된 이유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과소(too little) 긴축인지, 과잉(too much) 긴축인지에 대한 Fed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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