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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대화 거부'에 강경한 여권…경사노위 재편론도 거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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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윤석열 정부와 한국노총 간 협력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대한 전면적인 참여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정부도 “사회적 대화가 특권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짜인 경사노위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행 경사노위법은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조건으로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자 대표자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원장이 제청한 사람 등 2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는 단체는 사실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2곳 뿐이다. 1999년부터 일관되게 사회적 대화에 거부해온 민주노총과 달리 상대적으로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한국노총은 근로자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지난 7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의 연행을 계기로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부·여당에선 경사노위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경사노위 재편이 필요하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점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도 같은 날 한 포럼 강연에서 “MZ세대 중심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나 한국노총 내 지역·산별 조직과 계속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측은 “한국노총과의 대화를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사회적 대화의 장에 양대노총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을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1일 오후 서울 동자 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일곱 번째)을 비롯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동자 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일곱 번째)을 비롯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관련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경사노위법 개정안은 경사노위 근로자 대표 요건을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사람 중’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양대노총이 아니더라도 MZ노조를 비롯해 근로자라면 누구든지 근로자 대표로 참여할 수 있다. 김 의원 측은 “전국적인 규모의 노동단체는 주로 대기업ㆍ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만일 경사노위법 전면 개정이 현실화된다면 지금의 체계가 자리잡은 2018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에 큰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노총과의 추가적인 접촉은 없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반적인 여론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등 다른 주요 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정부로선 끝까지 대립 관계를 이어가기엔 부담이 크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노총은) 한국 노동운동의 본산이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올라서게 한 산업의 역군들”이라며 “한국노총은 배격되어야 할 강성 귀족노조는 아니다. 정부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고 적극 소통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고민이 깊긴 마찬가지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정부와 끝까지 강경으로만 갈 순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국노총은 정부와 완전히 단절해 자생하긴 어렵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김 사무처장의 석방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르면 12일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인데, 석방된다면 양측의 논의가 진전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사무처장이 속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들도 지난 8일 재판부에 제출하는 탄원서에 전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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