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동강 조류경보 다음 날…"수돗물에서 곰팡내 나요" 부산 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수돗물, 200건 넘는 민원 빗발쳐

지난 9일 오후 8시53분 부산시 남구ㆍ북구ㆍ해운대구ㆍ연제구ㆍ수영구 지역에 송출된 재난안전문자.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9일 오후 8시53분 부산시 남구ㆍ북구ㆍ해운대구ㆍ연제구ㆍ수영구 지역에 송출된 재난안전문자.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수돗물에서 곰팡내(곰팡이 냄새)가 난다.”

지난 9일 오전부터 11일 오전까지 부산시에는 이런 민원이 210여건이나 접수됐다. 수영구·북구·해운대구·동래구·연제구·남구에 사는 주민이 제기한 민원이다. 평소 이들 지역 67만 가구에 공급하는 부산 화명정수장 수돗물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조사 결과, 지난 9일 화명정수장 수돗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지오스민(Geosmin)’이 검출됐다. 1L당 0.053㎍으로, 환경부 감시기준(0.02㎍/L)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지오스민은 환경부 지정 ‘유해 남조류’ 아나베나(Anabaena)·오실라토리아(Oscillatoria)·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등이 증식하거나 사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맛·냄새 유발 물질이다. 인체엔 무해하나 냄새로 인해 불쾌감을 준다고 한다.

낙동강 녹조 늘었는데…정수 제대로 안 돼

세면대에서 한 시민이 수돗물로 손을 씻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스1

세면대에서 한 시민이 수돗물로 손을 씻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스1

상수도사업본부는 ‘부산 수돗물 곰팡이 냄새 사태’가 화명정수장 공사와 맞물려 낙동강 녹조 현상이 심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화명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 개선공사에 들어가면서 일부 정수처리공정이 생략됐다. 이때 유해 남조류가 증가한 낙동강 원수를 정수 처리하면서, 냄새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단 게 본부 설명이다.

실제 부산시 취수원인 낙동강 물금ㆍ매리 지역 남조류 개체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공사 시작 사흘 전인 지난 5일 물금ㆍ매리 지점에서 뜬 낙동강 물에선 조류경보 ‘관심 단계’ 발령 기준치(1000cells/mL)를 넘는 1154cells/mL의 유해 남조류가 검출됐다. 한 주 전인 지난달 30일엔 128cells/mL로 적었지만, 2주 전인 22일엔 6338cells/mL나 검출됐다. 본부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전면 중단했고, 녹조가 심한 여름철 이후 공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봄철 무더위…낙동강 올해 첫 조류경보 발령

지난해 8월 부산시 취수원인 경남 양산의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부산시 취수원인 경남 양산의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녹조는 봄 가뭄과 무더위로 낙동강 유역에서 먼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올 봄철(3~5월)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6도 높은 13.5도로, 1973년 기상청이 전국에 기상 관측망을 확충한 이래 역대 가장 높았다.

녹조 현상 원인이 되는 남조류는 최적 성장 수온이 20~30도로, 여름철에 주로 번성한다. 특히 낙동강은 경사가 완만하고 물의 유속이 느리며(정체), 주변에 산업단지와 축산 시설에서 나온 오염물질(영양물질)이 다량 유입, 강한 햇빛(일사량)과 높은 수온이 더해져 남조류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관련기사

이런 가운데 부산 수돗물 사태 발생 바로 전날인 지난 8일, 낙동강엔 올해 첫 조류 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조류경보가 발령된 곳은 낙동강 칠서지점으로 부산 취수원 물금·매리 지역 상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칠서지점 유해 남조류 개체 수가 지난 5일(1871cells/mL)과 지난달 30일(2602cells/mL) 등 2차례 ‘관심 단계’ 기준치를 초과했다. 조류경보는 2회 연속 기준치 초과 시 발령된다. 지난해 칠서지점 첫 조류경보 발령일(6월 16일)보다 8일 정도 이른 시점이다.

녹조 시즌 다가오자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자체는 비상이다. 창원시는 조류 경보가 발령되면서 칠서취수장 취수구 주변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했다. 취수구를 통한 유해 남조류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부산·경남 식수원 불안…환경부, 녹조 대책은?

박판규 환경부 수질수생태과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낙동강 수계에 쌓인 퇴비 관리 강화를 통한 녹조 예방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박판규 환경부 수질수생태과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낙동강 수계에 쌓인 퇴비 관리 강화를 통한 녹조 예방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환경부도 지난 1일 ‘녹조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사전예방·사후대응·관리체계 3개 분야로 나눠 비상·중장기대책을 동시에 추진한다.

우선, 사전예방으로 낙동강 인근 야적퇴비를 수거한다. 야적퇴비에서 나온 질소와 인 등 오염물질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녹조제거선박. 연합뉴스

녹조제거선박. 연합뉴스

사후대응 대책은 녹조 제거시설 집중 투입 등이다. 특히 낙동강엔 현재 3대뿐인 녹조 제거 선박을 내년까지 20대를 추가 도입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낙동강 물금 취수장 등에 수심 8m 이하의 심층 취수가 가능한 취수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수심 2~3m에서 낙동강 원수를 취수하는데, 이런 표층수에 남조류 많이 있어서다. 남조류는 수심이 깊을수록 개체 수가 감소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