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내분? "성범죄 방조" 그의 한마디에 법정엔 적막 흘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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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씨의 성폭행 범죄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JMS 간부 대부분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정씨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방조하지도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공소사실을 인정한 간부도 있었다.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JMS 총재 정명석씨가 2019년 2월 충남 금산군 월명동 성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대전지검]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9일 JMS 정명석씨가 여신도를 성폭행하는데 방조한 혐의(준유사강간 및 방조) 등으로 기소된 수도권 소재 JMS 교회 목사 김모(44)씨 등 6명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 6명은 모두 여성이다.

檢 "JMS 간부들, 정명석 신격화 성범죄 방조"

검찰은 공소 요지를 통해 김씨 등 JMS 간부들이 신앙스타(결혼하지 않고 선교회의 교리에 따르는 사람·대부분 미혼 여성)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여성을 모집, 정명석에게 연결해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정명석이 재림예수이고,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암에 걸리거나 지옥에 간다며 그를 신격화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기소된 6명은 피해 여신도들에게 “그(정명석)의 사랑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세뇌하며 성범죄를 정당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김씨 등 5명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만 JMS 국제선교국장인 A씨(41)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며 “특별히 더 할 말은 없다”고 짧게 진술했다. ‘JMS 2인자’ 또는 ‘정명석 후계자’로 알려진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피고인(김씨)의 역할과 지위, 2인자라는 등의 명칭은 언론에서 보도한 것이지 실질적인 역할과는 다르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정명석을 상대로) 반대 심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씨 역시 “(정명석과) 공모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고 직접 진술했다.

대전지검이 공개한 JMS 성폭력 범행 구조.[사진 대전지검]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3∼4월쯤 홍콩 국적 여신도(29)에게 잠옷을 건네주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 정명석의 준유사강간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해외에서 도피할 당시에도 성범죄를 저지른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가 2018년 출소한 뒤 피해자들을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드는 수법으로 범행을 도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피해 여신도 도주하자 찾아가 설득

김씨 외에도 여신도를 정씨에게 보내거나 피해 사실을 듣고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민원국장 B씨(51)는 “고충을 토로한 피해자에게 조언해줬을 뿐 성범죄를 용인한 적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B씨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홍콩 국적 여신도가 충남 금산 월명동 JMS 성전에서 서울로 도주하자 찾아가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설득하며 돌려보내는 등 정씨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검사님이 하신 모든 말씀은 사실”이라며 홀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A씨가 자신의 혐의를 직접 인정하자 법정에서는 잠시 적막이 이어진 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A씨는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통해 공개된 홍콩 국적 여신도를 정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