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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5명 다 오지 말라 했다"…재판부도 화낸 정명석 측 기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77)씨 재판이 정씨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파행을 겪었다. 재판부와 합의한 증인 신문을 일방적으로 깬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21일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명석씨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씨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5명이 법정에 나와 증언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나오지 않으면서 30분 만에 끝났다. 정씨 측 변호인은 “증인 5명 만으로는 피고인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공판중심주의에서 실질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이라며 “재판 지연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명석 변호인 "증인 신문시간 부족, 추가기일" 요청 

지난 7일 4차 공판에서 정씨 변호인 측은 자신들이 신청한 증인 22명을 모두 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증인 신문 시간도 부족하다며 추가 기일을 정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진술 조서를 제출한 만큼 5명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과 변호인은 증인 5명, 3시간 신문에 합의했다.

하지만 5차 공판이 이뤄진 21일 정씨 변호인 측인 신청했던 증인 5명은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정씨 변호인은 “오늘(21일) 오전 증인과 연락해 3시간 신문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이들이 출석하지 않도록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반면 검찰은 “변호인이 지목한 증인 22명 가운데 16명이 이미 진술조서 형태로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증인 신문은 불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검찰 "변호인측 증인 실제로 존재하나" 의문 제기

검찰은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도 의문을 제기했다. 누구를 부를지 확인되지 않았고 재판 당일까지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 측 일방적인 증인 불출석 결정과 관련, 재판부는 “(재판부는) 오늘 출석 예정이던 증인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했지만 간단하게라도 증언을 들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변호인 측을 질책했다.

지난 7일 오후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JMS 본부 주변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7일 오후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JMS 본부 주변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재판부는 변호인이 신청한 정씨 보석 신청도 “과거 행적이나 도망 우려로 어려움이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1999년부터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기관이 내사를 받던 중 대만과 홍콩·중국 등으로 도피했다. 2007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이듬해 2월 강제 소환된 뒤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출소했다.

정씨 변호하던 법무법인 줄줄이 사임 

이날 재판에는 정씨측 변호인이 2명만 출석했다.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윈은 사임계를 제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법조계는 정씨 범행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부담을 느껴 사임한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은 정씨의 공범으로 ‘JMS 2인자’로 알려진 정조은(본명 김지선)씨와 관련, 범죄 혐의점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씨가 피해 여성들을 유인하는 과정에 가담, 정씨가 성폭행하는 데 가담하거나 방조한 혐의가 있는지를 중점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 여성들이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회유나 협박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여성 3명도 충남경찰청이 조사중이다.

지난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메이플 잉 퉁 후엔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메이플 잉 퉁 후엔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3일 오후 2시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이날 최근 넷플릭스에 출연했던 피해 여성 A씨(29)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피해 여성 출석해 진술 예정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JMS 수련원 등에서 홍콩 국적의 A씨를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2018년 7월부터 그해 말까지 호주 국적 여성 B씨(30)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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