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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거리, 90분 돌아가라?"…보령해저터널 오토바이 '통금'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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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해저터널에 이륜차(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한 것은 위법하다며 운전자들이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재판이 시작됐다.

이륜차(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하기 위해 출입구에 모여 있다. 경찰은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오토바이의 해저터널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이륜차(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하기 위해 출입구에 모여 있다. 경찰은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오토바이의 해저터널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대전지법 제2행정부(박헌행 부장판사)는 8일 강모씨 충남지역 이륜차 운전자 54명이 보령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통행금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재판을 진행했다. 지난해 2월 28일 소장을 접수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이들은 보령해저터널을 개통하면서 경찰이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한 게 법에 저촉될 뿐 아니라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운전자들 "해저터널은 고속도로 아닌 국도"

강씨 등은 “해저터널이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국도인 만큼 원칙적으로 이륜차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널을 이용하면 20분 정도에 오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30분이나 우회하고 더 많은 위험구간을 지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원고 측 대리인인 이호영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피고(보령경찰서장)는 지방경찰청장 위임을 받아 통행을 금지했다고 주장하는 데 도로교통법(제6조1항)에 따르면 권한 행사 범위가 다르다”며 “이 사건은 권한이 없는 사람(경찰서장)이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륜차(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줄지어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오토바이의 해저터널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이륜차(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줄지어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오토바이의 해저터널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이 변호사는 “통행금지 사유로 피고가 직접 입증해야 하고 해저터널 구조적인 문제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특히 이륜차 사고 발생 위험이 다른 차보다 높다는 근거나 주장도 없기 때문에 권한 행사에 하자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통행금지 주체가 (보령) 경찰서장이냐 아니면 실질적으로 충남경찰청장에 있느냐에 따라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원고 측이 위험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피고는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플래카드 설치 등에 대한 근거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찰 "육상터널과 다른 특수성, 사고위험 높아" 

2021년 12월 1일 개통한 보령해저터널은 보령시 신흑동과 원산도를 연결한다. 총 길이는 6.927㎞로 국내 해저터널 중 가장 길다. 연간 통행량은 260만대에 이른다. 해저터널 개통 전 관할 경찰서장(보령경찰서장)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보령해저터널과 진·출입부 7.894㎞에서 이륜차·자전거·보행자·농기계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당시 경찰은 보령해저터널 진입로가 해수욕장과 인접, 이륜차가 통행하면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륜차(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줄지어 보령해저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오토바이의 해저터널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이륜차(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줄지어 보령해저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오토바이의 해저터널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보령해저터널 개통 1년 만인 지난해 12월 1일 기준 경찰이 단속한 터널 내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모두 17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륜차 진입 위반이 1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역주행 31건, 보행자 진입 12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에는 동호회 오토바이 2대가 터널에 진입한 뒤 맞은편 출구에서 제지하는 관리사무소 직원을 무시하고 도주하다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륜차 진입 위법 행위가 증가하자 관계기관과 협조, 이륜차 번호판을 단속하는 고해상카메라도 설치했다. 다음 재판은 8월 11일 오후 2시30분 대전지법 332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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