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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중단은 또 다른 횡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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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희망1길에서 열린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희망1길에서 열린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 진압 이유로 대화 거부…납득 힘들어

정부도 조속한 대화 정상화 노력 기울여야

한국노총이 어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월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했다가 문재인 정부 초반인 2017년 10월 복귀했었다. 5년8개월 만에 다시 노사정 대화 기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소속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이다.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간부가 경찰에 연행돼 구속된 사건이다. 한국노총은 당시 7m 높이의 철제 망루에서 농성 중이던 이 간부가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진압봉에 맞아 다쳤다는 점 등을 강경·폭력 진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행 과정을 담은 전체 영상엔 이 간부가 다가오는 경찰을 42㎝의 정글도로 위협하고, 의자를 던지며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간부뿐 아니라 경찰관들도 부상을 당했다. 시위자가 정당한 공권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선진국에선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시민들도 불법 시위와 폭력적인 저항은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이 공권력 집행을 문제삼아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한 것은 국민 대다수의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해 왔다. 또 다른 거대 노조인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25년째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에서 빠지게 되면 정부와 노동계의 공식 대화 창구는 모두 닫히게 된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최저임금 결정 등 산적한 노동 현안들을 풀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모두 노동계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안들이다.

복합위기로 민생이 힘겨운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은 노동계의 대표성을 앞세워 경제의 발목을 잡는 횡포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이 노동자의 권익을 진정으로 우선시한다면 경사노위로 조속히 복귀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강경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사노위가 노사정 대화 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이는 극우 성향의 김문수 현 위원장이 임명될 때부터 각계에서 우려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경사노위의 역할 미흡과 무관치 않다. 경사노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지혜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