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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복합위기 헤쳐나갈 길은 변화와 혁신밖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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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이 지난 4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이 지난 4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SK 등 주요 기업 하반기 전략회의 잇따라

“변해야 산다” 30년 전 신경영 선언 다시 주목

삼성과 SK 등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를 앞두고 일제히 전략회의 시즌에 돌입한다.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전기차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의 경우 최근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 제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중 갈등의 한중간에 끼이게 됐다. 가뜩이나 두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1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96% 감소, 하이닉스 3조4023억원 적자). 이런 가운데 일본은 지정학적 이점이 부각되면서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로 재부상 중이다.

반도체만 도전에 직면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 온 2차전지, 전기차, 조선 등 주력 업종도 어느 것 하나 쉬운 분야가 없다. 기업들의 이런 어려움이 수출 8개월 연속 하락, 무역수지 1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엔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13개 품목의 수출이 줄었을 정도다.

무엇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의 진화로 4차 산업혁명이 무서운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은 5일(현지시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공개하며 또 한번의 혁신을 과시했다. 사용자 눈앞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씌워 보여주는 MR(혼합현실) 헤드셋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때마침 오늘은 30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신경영 선언’을 내놓은 날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란 말이 상징하듯,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은 삼성이 국내 일등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당시 질(質) 위주 경영과 함께 전개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등 일련의 조치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면서 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10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세계 일류’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도 지대했다.

오늘날 경제 환경은 30년 전보다 한층 엄중하다. 강대국은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을 편들고 있다.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런 복합 위기를 헤쳐나가는 길은 결국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밖에 없다는 철칙을 신경영 30주년에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