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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숨진 대구 법조건물 테러 1년…변호사들은 위협받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弔花)가 놓여 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弔花)가 놓여 있다. 뉴스1

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근처 한 법조건물. 지난해 6월 방화로 7명이 사망했던 곳이다. 이 건물은 지난해 발생한 화재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리모델링됐다. 다만 변호사 사무실로 꽉 차 있는 인근 다른 법조건물과는 달리 1층, 3~4층에만 변호사 사무실이 군데군데 입주해있었다. 방화범이 불을 지른 2층은 텅 비어있었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이 오는 9일이면 1주기를 맞는다. 지난해 6월 9일 이 건물 2층에서 방화로 변호사 사무실 직원 등 7명(방화범 포함)이 사망했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방화 용의자는 재건축투자사업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해 소송전을 하던 중 상대방(시행사대표) 소송대리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강윤구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사건 후에 해당 건물주가 리모델링과 이사비를 지원하고 월세도 6개월 정도 감면해준 것으로 안다”며 “사무실을 유지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나갔다”고 말했다. 방화 용의자의 상대방 측 소송대리를 맡았던 A변호사는 당시 외부 출장을 나가 있어 화를 면했으나, 사건 후 해당 건물에서는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방화 사건 1주기…추모식 열려 

대한변호사협회는 오는 9일 오전 10시 대구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제1주기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희생자 추모식’을 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사 테러 재발 방지와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매년 6월 9일을 ‘법률사무소 안전의 날’로 정했다. 대구변호사협회는 7∼9일을 방화 사건 희생자 1주기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검은 리본을 달 예정이다. 또 이날 대구지법과 서울중앙지법 인근에는 야외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변호사 보복범죄 방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지난해 7월 변호사 직무 등에 대한 보호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도 재판·수사와 관련해 보복 목적으로 변호사 등을 해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 준비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변호사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현실적 위험으로 발현되고 있어 법적 보호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52% “신변 위협받았다”

한편 대구변협이 사건 직후인 지난해 6월 15일에서 27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의뢰인, 소송 상대방 등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신변을 위협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중 ‘소송 상대방으로부터 신변을 위협받았다’는 답변이 38%로 가장 많았고, ‘의뢰인의 가족 등 지인’이 11%, ‘소송 상대방 가족 등 지인’이 10% 순이었다. 신변 위협 행위 중에서는 ‘언어폭력’이 45%로 가장 많았으며 ‘과도한 연락 등 스토킹 행위’가 15%, ‘방화, 살인 고지, 폭력 등 위해 협박’이 14% 순이었다.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보면 “밤길 조심해라” 등의 폭언을 듣거나 수감자로부터 “출소 후 찾아가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협박성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특히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을 언급하며 변호사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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