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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은행 합병…금융개혁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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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은 최근 부실은행을 합병하고 국영기업소 생산품의 시장판매를 일부 허용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시장의 기능을 보다 확대하면서 금융개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부실은행 합병=북한은 지난 1월 15일 자본금이 1천2백만유로(약 1백68억원)인 '경영신용은행(Kyongyong Credit Bank)'이라는 새로운 은행을 설립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중국 단둥(丹東)의 한 소식통은 3일 "이 은행은 외국환 거래를 비롯해▶신용장 개설▶대출▶예.출금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특히 이 은행은 최근 조선합영은행과 신탁은행을 합병했다"고 밝혔다.

조선합영은행은 1989년 북한의 조선국제합영총회사와 일본의 총련합영사업추진위원회의 합영으로 세운 북한 최초의 비국영(非國營)은행이었다. 이 은행은 그동안 조총련계 합영기업의 대외결제와 융자업무를 담당했지만, 2001년 11월 일본 수사 당국이 조총련계 금융기관을 수사하면서 경영난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은행은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김용술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대출업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한 은행으로 알려졌을 뿐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다음 단계로 금융기능의 개선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金위원장도 도쿄 설명회에서 "금융문제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董龍昇)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은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시장의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새로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금융부문도 그에 맞춰 부실은행부터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영신용은행'이 은행합병의 중추은행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 은행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경영신용은행은 대진무역상사와 조선상명무역총회사의 금융결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자신들을 '민간은행'이라고만 소개하고 있다"면서 "어쨌든 북한 은행들의 경영상태를 감안하면 부실한 은행들의 합병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진무역상사는 군(軍)과 연관된 기관의 산하 무역회사이며, 조선상명무역총회사는 노동당 산하의 무역회사로 알려졌다.

◇국영기업소의 시장판매=지금까지 북한의 국영기업소는 생산물 중 소비재는 국영상점망을 통해 가계에, 자본재(원자재나 기계)는 다른 국영기업소에 팔아 수입을 잡아왔다.

그러나 북한은 국영기업소가 생산한 소비재의 일정 비율을 종합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한 기업인이 전했다. 그는 "북한이 내년부터는 국영기업소가 그런 소비재의 양을 처음부터 생산계획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9월 초 종합시장을 개장하면서 개인의 상행위를 허용했으나 이들이 마련한 상품들의 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종합시장을 보다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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