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중계 앱' 뒤진다…"사이코패스 진단, 정상인 범주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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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부산에서 또래인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사건 관련, 검·경 등 수사 기관이 피의자 정유정(23)의 구체적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기는 범행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인 동시에 재판부가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살인해보고 싶었다”가 동기일까

6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금정경찰서는 정유정이 그간 사용한 ‘중계 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유정이 과외교사와 학생을 연결해주는 앱을 통해 범행대상을 찾은 만큼 추가적인 범행시도나 범행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말고도 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실제 만난 적이 있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범행동기는 진술한 ‘살인 충동’이다. 그는 경찰조사 때 “살인사건을 다룬 방송 매체와 서적을 탐독(닉)하다 살인 호기심이 생겼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단순 폭력 전과도 확인되지 않은 정유정이 어떻게 충동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또래를 잔혹하게 살해한 ‘괴물’이 됐는지 의문이 나온다.

정은 경찰 초기 조사에선 진범이 따로 있다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다만 정은 경찰에서 분석 중인 사이코패스 진단상 수치가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한다. 유치장에도 하루 3끼 식사를 챙겨 먹고 잠도 잘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또래 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 뉴스1

'부산 또래 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 뉴스1

피해자 신분증은 왜 안 버렸나

정유정은 시신 유기 이후에도 피해자 신분증은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주목한다. 정유정이 영어 능력과 학벌 등 이유로 피해자를 동경, 접근해 신분을 탈취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은 수사 과정에서 영어 콤플렉스와 중압감을 드러냈고, 대학에도 진학하지 않았다. 반면 경찰은 정유정이 시신 유기 과정에서 경황이 없어 미처 신분증을 버리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며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 KBS뉴스 캡처

지난달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며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 KBS뉴스 캡처

검찰 “범행 동기 밝히는 데 집중”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남은 수사도 정유정의 범행 동기 파악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공범 여부나 추가범행 확인 등도 검찰 몫이다. 검찰은 검사실 3곳을 합쳐 전담수사팀도 꾸렸다. 정의 구속 기한은 11일이다. 검찰은 필요하면 구속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계획이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명확하지 않은 범행 동기 등 추가 수사에 집중하기 위해 인력을 더 투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모든’ 박하영 형사전문변호사는 “범행 동기는 어떤 의도를 갖고 범행에 이르게 됐는지 사건 실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또 재판에선 형량을 결정할 때 (동기는) 불리 또는 유리하게 참작하는 사유가 된다”며 “가령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자녀가 아버지를 살해한 경우 재판부는 통상적인 권고형보다 낮은 형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 의도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범행 동기라면 불리한 사유로 참작돼 형이 무겁게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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