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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있는 10명중 6명 '경단녀'…취업해도 12년전 연봉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한 취업 박람회를 찾은 여성들이 행사장에 마련된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 취업 박람회를 찾은 여성들이 행사장에 마련된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성미(46)씨는 지난달 한 중소 IT기업 소프트웨어 테스팅 엔지니어로 취업했다. 이씨는 2011년까지 국내 대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10년 일했지만 출산과 함께 일을 그만뒀다. 이후 경력 단절 12년 만에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일로 느끼는 성취감과 조직 소속감 같은 걸 다시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게 이유다. 12년이 흘렀지만 직급과 연봉은 그대로다. 이씨는 “육아를 하는 동안 경력이 단절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그래도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데 감사하다”고 했다.
국내 여성 10명 중 4명은 이씨처럼 경력 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만 25~54세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경력단절여성법에 따라 3년마다 내는 국가 승인 통계다.
조사에 따르면 만 25~54세 여성 중 단 한 번이라도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줄임말)’가 되어 본 비율은 42.6%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조사(35.0%) 때보다 7.6%p 늘었다. 이들의 경력 단절 이유는 모두 결혼과 임신ㆍ출산, 육아ㆍ교육, 가족구성원 돌봄이었다. 경력 개발 등의 원인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경력 단절을 처음 경험한 나이의 평균은 29세였고, 평균 경력 단절 기간은 8.9년이다.
자녀가 있으면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 중 경력 단절을 겪은 사람의 비율은 58.4%였다.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은 25.6%만 경력 단절을 겪었다.

세대별로는 25~34세의 기혼 유자녀 여성의 경력 단절 경험률이 57.2%로 무자녀 기혼여성(20.1%)의 약 3배다. 35~44세 기혼 유자녀의 경력 단절 경험률은 61.2%에 달했는데, 무자녀 기혼여성의 경우 이 연령대에서도 24.6%만 경력 단절을 겪었다.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코로나19의 영향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 일을 그만둔 여성의 65.6%는 30대였다. 일을 그만둔 이유로는 ‘긴급한 자녀 돌봄 상황의 대응 방안의 부재’가 49.8%를 차지했다.
경력 단절 이후 다시 찾은 일자리는 종류도 달라졌고, 급여는 낮아졌다. 조사 대상 여성들에게 경력 단절 이전 직업과 이후 첫 직업을 물어본 결과, 경력 단절 직후 직업은 이전 직업보다 사무직이 23.7%p, 전문가는 5.2%p 줄었다. 반면 판매직은 14.0%p, 서비스직은 12.5%p 늘었다.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현재 평균 임금은 경력 단절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의 84.2%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업훈련과 취업, 사후 관리까지 지원하는 통합지원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여성 경력단절의 가장 큰 원인이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드러난 만큼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일ㆍ가정 양립 지원 제도 자문과 교육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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