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독도, 진실게임의 결말은?

중앙일보

입력

일본 토요타는 과연 독도를 일부러 제외시킨 것일까. 토요타가 최근 국내 시장에 선보인 렉서스 LS460이 느닷없이 '독도 신드롬'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논란은 한국과 일본간 갈등을 배경으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신문매체간 공방이 이어지며 그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견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 논란은 정치적 의미로 확산되며 부풀려지고 있고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은 최근 한 신문에서 "토요타가 일부러 내비게이션에 독도를 지웠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 보내면서 시작됐다. 국내에서 제작돼 판매되는 내비게이션은 물론 다른 수입차의 제품에는 분명 우리나라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최소축적지도)에 '독도'가 새겨져 있는 반면 유독 렉서스 LS460의 경우에만 '독도'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주장은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다. 국내 인터넷지도업체인 PMI는 토요타 자회사인 덴소코리아에 납품한 지도에 독도를 명기했다고 한다. 소축적 지도에서 독도 백령도 마라도를 분명 적었다는 설명. 한국토요타측은 이 누락을 인정하고 6개월 후 업그레이드하는 전자지도에는 독도를 제대로 표시해 달라고 일본 본사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측이 분명 있었던 '독도'라는 글자를 가공과정에서 일부러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는 다른 신문과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반면 일부 언론은 내비게이션 지도제작의 '작법'에 주목하며 이를 반박하고 있다. 한반도의 최소축적에는 독도 뿐 아니라 그보다 큰 흑산도 마라도 등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지도를 원칙대로 그릴 경우 당연히 그럴 수 있는데 이를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매도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독도'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모두 뜨고 있다는 점도 반박의 재료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입장이 맞을까. '독도'에 대한 논란은, 그것도 미국이나 유럽의 자동차메이커가 아니라 일본 업체와 연관된 경우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국내 업체들이 '굳이' 최소축적지도에 독도를 명기하고 있는 이유는 독도의 상징성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쐬는 땅이고, 일본에 맞서 우리 땅임을 당당히 선언한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있는데 일본차에 없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거리다. 게다가 애초 납품할 당시에 있었는데 가공과정에서 사라졌다면 더욱 그렇다.

토요타의 진짜 의도를 알 길은 없다. 일부러 제외한 것인지, 축적에 충실하게 가공한 것인지를 제3자는 다만 짐작해 볼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로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던 것은 분명하다. 아무도 모르면 그만이지만 현재 논란처럼 일단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는 불씨이기 때문이다.

LS460의 내비게이션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답답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애국심을, 국가적 자존심을 내세우며 일제 성토에 나설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에 대해 지도제작의 ABC를 거론하며 '오보를 특종이라고 우기고 있다'는 트집도 볼썽사납다.

이 해프닝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피해의식 아니냐"며 폄하하고 있지 않을까. LS460 내비게이션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소품에 불과한데 그것을 놓고 주요 언론들이 서로에 대해 감정싸움까지 벌일 필요가 있을까. 개선하기로 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독도를 사랑하는 애국심보다는 지도 제작의 원칙을 우선하는 태도도 문제 아닌가.

이 해프닝은 일본의 횡포 그리고 독도에 대한 우리의 '태생적 권리 수호'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민감한지, 뜨겁게 반응하는지를 다시금 보여줬다. 하지만 그것을 놓고 국민들 사이에, 언론 사이에 서로 헐뜯으며 다툼을 이어간다면 지나친 낭비가 아닐까. 판단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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