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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정화 중점 점검”…‘안전’ 입증 못잖게 국민 ‘안심’ 중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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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호 04면

후쿠시마 시찰 결과

한국 정부 전문가 시찰단이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처리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시찰단은 5박 6일 동안 현장 점검과 기술회의를 한 뒤 26일 귀국했다. [사진 도쿄전력]

한국 정부 전문가 시찰단이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처리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시찰단은 5박 6일 동안 현장 점검과 기술회의를 한 뒤 26일 귀국했다. [사진 도쿄전력]

오염수 방류 관련 현장 점검에 나섰던 후쿠시마 시찰단이 26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방사성 물질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지, 핵종을 측정하는 K4 탱크의 균질화에 대한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밝혔다. 유 단장은 “이번 시찰이 끝이 아니다”라며 “이른 시일 내 이번 시찰 결과를 공개한 뒤 추가로 요청한 자료의 분석 등을 더해 최종 종합 평가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출국한 시찰단은 오염수를 정화하는 ALPS, ALPS를 거친 오염수의 핵종을 측정하는 K4 탱크, K4 탱크에서 나온 오염수를 이송하는 이송 설비, 비율을 맞춰 오염수를 희석하는 희석 설비, 바다로 방출하는 방출 설비를 살펴봤다. 또 이 설비들을 제어하는 운전제어실과 방사능화학분석실을 현장에서 점검했다. 도쿄전력의 방류 설비와 계획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대해서도 평가 현황 등을 질의하고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시찰단은 유 단장을 비롯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한 명 등 21명으로 구성됐다. 시찰에 집중하기 위해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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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 시료 채취를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유 단장은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시료를 세 차례 떴고, 이를 우리가 갖고 있다”며 “후쿠시마 앞바다 시료도 갖고 있으며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분석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는 확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와 미국·프랑스·스위스 전문가 등이 검증한 IAEA 보고서는 다음달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부터 2051년까지 ALPS로 처리한 오염수 130만t을 방류할 예정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시찰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인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시찰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인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에 직접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에 대해 “섭취를 해야만 피폭되는 삼중수소는 타 방사성 물질에 비해 위험성이 낮고, 다량을 섭취하더라도 10일이 지나면 50%가 빠져나가며, 다시 10일이 지나면 25%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유의미한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원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우리 해양에 유입될 삼중수소의 양은 극미량(10만분의 1수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본이 공개한 방류 절차만 잘 지킨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삼중수소의 위해성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기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삼중수소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출되는 것은 맞지만, 몸에 머무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위해 여부가 불확실할 때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안전과 건강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불안도 여전하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9일부터 4일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85.4%에 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7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만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안심도 책임져야 한다”며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더 촘촘히 안전망을 가동하고, 비과학적인 내용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 약 40개의 지점에서 연 2~4회, 깊이별로 해수 방사능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매주 국민이 자주 섭취하는 수산물의 방사성 세슘 및 요오드 검출 여부를 조사해 결과를 공개한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난 12년간 걱정할 만큼의 방사능 수치가 검출된 적은 없다”며 “정부는 이런 객관적인 자료를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불안을 누그러뜨릴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납득할만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일본의 행보가 급속도로 진행되니 국민이 불안에 떠는 것”이라며 “방류 시 얻게 될 피해 정도나 위험성에 대해 공론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으니 가짜 뉴스에 의존하고, 정부를 불신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광우병 소고기 파동, 사드 전자파 논란, 코로나19 괴담처럼 ‘오염수 괴담’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으니 ‘침묵의 나선 이론’에 따라 중립적인 의견은 줄어들고, 양극단 의견만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묵의 나선 이론이란 자신의 의견이 소수에 속한다고 느끼면 침묵을 지켜 결과적으로 특정 의견만 강하게 부각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IAEA 태스크포스가 오는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ALPS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한 포괄적 검증을 진행한다. 임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국제기구가 공식 발표를 하는 게 중요하고, 그것도 단순히 자료를 공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으로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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