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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처럼, 끈질긴 노력으로 오염수 자료 받아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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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호 05면

후쿠시마 오염수 남은 과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앞 탱크에 저장한 물을 ‘오염수’라고 불러야 하나, ‘처리수’라고 불러야 하나. 일본 측에서야 ‘처리수’라고 부르고 싶겠지만, 그 오염 농도를 보면 ‘처리수’라고 하기 민망하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했다지만 탱크에 모아 놓은 물의 방사능은 L당 62만 베크렐에 달한다. 일본 방류 기준 6만 베크렐의 10배가 넘는다. 이 물을 그대로 방류하는 것은 일본 법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염수가 맞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바닷물로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500베크렐 미만으로 1차 희석한 다음, 1㎞ 밖에 방류하겠다고 한다.

사실 ALPS가 제대로 작동하고, 삼중수소만 방류한다는 전제가 지켜진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제대로 작동해도 30년 동안 문제를 안 일으킬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방류구 주변은 100% 안전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근 중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 있다. 아직 게재 전 검토 단계인데, ALPS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경우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 다른 핵종, 특히 세슘-137이 남아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경우 후쿠시마 해역에서 잡은 물고기를 계속 먹을 경우 10만명당 8.64~33.35건의 암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 논문에서도 오염수에 삼중수소만 있다면 10만명당 1건 이하가 될 거라고 했다. 방류구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철저히 체크하고, 수입 규제를 풀어주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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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문제는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올 것인가다. 얼마 전 일본 가나자와 대학과 수산자원연구소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바다로 유출됐던 방사성 세슘이 태평양을 돌아 10년 만에 홋카이도로 되돌아온 것이 확인됐다. 물론 농도는 10분의 1 정도로 희석됐다. 사고 직후인 2012년 일본 동쪽 근해에서는 세슘-134가 L당 8~10밀리 베크렐이었고, 2020~2022년 홋카이도 동남부 도토 외해에서 측정한 결과 0.7~1.1밀리 베크렐로 나타났다.

동해에서도 구로시오 난류를 타고 낮은 수준의 세슘-134가 동해(일본 열도 서쪽)를 거쳐 오호츠크 해로 이동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대마도를 지나는 아열대 쓰시마 난류의 세슘 농도는 2018~2021년 0.5~0.8밀리 베크렐로 구로시오 난류보다는 값이 낮았다. 이런 것을 보면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10년 이내에 한반도 근해로 방사성 물질이 흘러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이 삼중수소를 매년 22조 베크렐씩 방류할 경우 4~5년 뒤 제주 해역에 유입되기 시작하지만, 현재 한국 해역의 배경농도의 10만 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염수 속에 세슘-137이나 탄소-14라도 들어있으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속적이고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가까운 데에서 방류되는 것은 알지 못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경우 연간 230조 베크렐 정도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방류한다. 배출 농도는 훨씬 낮지만 국내 원전에서 방류하는 삼중수소를 5~6년 모으면 후쿠시마에 저장한 삼중수소(1200조 베크렐)와 맞먹는다.

북핵 문제나 다른 국제 관계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강하게 반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우려를 모른 체 할 수도 없다. 이런 딜레마에서 나온 게 시찰단이지만,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명확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이미 했다. 바로 중국발 미세먼지다. 끈질긴 노력 끝에 중국의 협력을 끌어냈고, 한·중·일 대기질 공동조사도 진행했다. 중국이 늘 협조적인 것은 아니었다. 공동조사 결과 발표를 반대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갔다. 그래서 중국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 자료를 우리도 받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게 조금씩 해결하는 거다.

일회성 시찰로는 시민들의 우려를 당장 불식시킬 수 없다. 오염수 방류는 앞으로 30년이 될지, 50년이 될지 모르지만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국제원자력위원회(IAEA)가 조사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제대로 감시병 역할을 해낼지 알 수 없다. 이번 시찰단은 오염수 시료를 직접 채취·분석할 수는 없었지만, 일본 정부에 보고되는 오염수 방류 자료를 우리도 똑같이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채널도 확보해야 한다. 향후 30년, 50년 동안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개입할 근거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료를 얻어내려면 압박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원자력안전협약(CNS), 런던투기협약(LDC),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다양한 국제협약을 근거로 일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오염을 최소화하겠다는 노력을 끌어낼 수도 있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도 얻어낼 수 있다. 이게 미래 세대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지금 당장 이뤄내야 할 일이다. 단 한 번 시찰로 끝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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