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름은 ‘신선한’, 엄마는 ‘오신선’, 딸과 아들은 ‘선희’와 ‘선해’다.
신선 패밀리로 불리는 이 4인 가족은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가상인간)이다. 24일 동원F&B는 이들을 유가공 브랜드 ‘덴마크’의 새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4인 가족 가상인간 브랜드 모델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동원F&B는 “가상 세계관에 익숙하고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가상인간 활동이 유통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가상인간 ‘와이티(YT)’는 이달부터 SSG닷컴 쇼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테스트 방송인 SK-II의 ‘MD톡’을 통해 2억원의 매출이 발생해, 사람 쇼호스트가 진행한 콘텐트 대비 평균 30% 높은 뷰 수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가상인간 ‘루시’도 올 초부터 모바일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로선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의 가방, 카드 케이스 등 준비 수량을 방송 시작 25분 만에 완판시킨 ‘화려한 이력’도 있다. 시각 특수효과, 리얼타임 엔진 기술로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생활문화기업 LF는 가상의 패션 특화 모델 ‘나온(NAON)’을 지난달 공개했다. 패션 매거진 화보를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만 일각에선 ‘가상인간 마케팅’에 회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상인간에 익숙해지면서 화제성이 떨어지고,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설에 휩싸일 수 있는 사람 모델 리스크는 피할 수 있지만 친근감을 쌓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직접 보고 만지는 체험이 활발해지면서 팬데믹 기간 커졌던 가상 세계 매력이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낙관론도 여전하다. 인공지능(AI)이 보다 개인화한 가상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 리서치는 글로벌 가상 인간 시장 규모가 2021년 113억 달러(약 15조원)에서 2031년까지 연평균 44.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