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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죽었다?…한쪽만 보셨군요, 챗GPT와 만나면 빅뱅 [트랜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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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 인사이더(Insider)가 '메타버스는 죽었다(RIP Metaverse)'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누군가는 메타버스를 실패한 분야라고 평가합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이젠 AI 시대가 왔고 메타버스 시대가 저물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면, 게임 업계 거물인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최고경영자(CEO) 팀 스위니는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에 6억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있다며 인사이더의 기사를 비꼬기도 했습니다. 과연 메타버스는 진짜 죽은 걸까요? 아니면 메타버스는 살아날 수 있을까요?

메타버스 공간. 사진 미드저니

메타버스 공간. 사진 미드저니

메타버스의 흥망성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 안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디지털 공간에서 사람들이 사회적 교류를 이어갔습니다. 이때 디지털 가상 공간을 경험한 페이스북은 메타(Meta)로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우후죽순 생겨난 메타버스 플랫폼과 서비스가 목적성과 실용성을 증명하지 못했고 수익 모델 역시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을 떠올리며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초에 메타버스는 죽은 적도, 다시 살아날 이유도 없습니다. 지금도 메타버스는 우리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와 개념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요약하자면 메타버스는 사용자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때 메타버스를 3차원(3D)으로 구성된 가상 공간으로 생각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메타버스라고 하면 흔히 마인크래프트·로블록스와 같은 온라인 게임 공간이나 게더타운·제페토 같이 소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떠올립니다. 혹자는 메타버스를 기술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어원처럼 '가상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꼭 3D 공간이 아니어도 증강현실(AR)·AI·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활용한 디지털 공간에서의 활동과 콘텐트 자체를 메타버스라고 생각해도 충분합니다. 거창하게 3D 가상 공간만이 메타버스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메타버스가 죽었다는 의견은 메타버스에 대한 과대평가를 지적합니다. 많은 기업은 메타버스가 실현 가능한 기술 수준보다 거창하고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몰입형 경험을 하고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어색하게 생긴 아바타를 가상현실(VR) 전용기기를 통해 만나야 하는 환경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메타(Meta)가 꿈꾸는 호라이즌 월드의 모습. 사진 메타

메타(Meta)가 꿈꾸는 호라이즌 월드의 모습. 사진 메타

게다가 지금까지 우리가 접한 메타버스는 대부분 테크 기업들이 만들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누구나 쉽게 가상 세계를 만들고 연결되는 형태로 발전하기 전까지 메타버스는 지금의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과대 평가된 메타버스의 가치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6년까지 온라인 사용자의 25%가 메타버스에서 하루 최소 1시간 이상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예측 자료를 내놓았고, 맥킨지는 메타버스가 최대 5조 달러(약 6690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이러한 수치는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생성형 AI·디지털 트윈·버추얼 휴먼

하지만 메타버스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대신 AI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생성형 AI로 인해 메타버스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콘텐트가 핵심입니다.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면 메타버스가 담을 수 있는 콘텐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챗GPT와 같이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AI를 활용하게 되면서 가상 공간에서 다른 사용자가 아니라 NPC(Non Player Character·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나 가상 사물과의 상호작용도 가능해집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장해 때로는 누구와도 상호작용을 할 수 없던 현실에서 벗어나 AI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면 메타버스에 머물 이유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을 장시간 혼자 즐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게임 내 NPC 때문입니다. 즉, 생성형 AI는 메타버스 콘텐트와 공간은 물론 상호작용의 부족함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메타버스를 구동할 수 있는 리소스와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버추얼 휴먼은 메타버스의 핵심 콘텐트를 이끕니다. 버추얼 휴먼은 가상 아바타를 활용해 인간이 버추얼 유튜버로 활동하거나 AI 기반 버추얼 휴먼 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버추얼 유튜버 그룹 홀로라이브(Hololive) 소속 버튜버들. 사진 홀로라이브

일본 버추얼 유튜버 그룹 홀로라이브(Hololive) 소속 버튜버들. 사진 홀로라이브

버추얼 아바타를 앞세워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버튜버(버추얼 유튜버)'는 최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많은 버튜버가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끌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버튜버 전문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버튜버를 포함한 버추얼 휴먼은 단순히 보이는 콘텐트가 아닌 AI·VR·3D 모델링·음성합성 등 웹 3.0의 중추적인 기술이 모두 포함된 기술의 결정체와 다를 바 없습니다. 버추얼 휴먼의 발전이 메타버스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구현됩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물리적인 물체나 시스템을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 고스란히 재현하는 방식의 복제를 의미합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리적인 사물 또는 프로세스를 가상에 구현함으로써 최적화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는 개념으로 진화했습니다.

디지털 트윈을 지원하는 기술은 계속 확대돼 지금은 빌딩이나 공장, 도시 등 거대한 실체까지도 재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프로세스도 디지털 트윈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로 개념도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윈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나 스마트 시티 등 산업용 영역도 메타버스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B2B 업계에서 디지털 트윈으로도 구현된다. 사진 Noria Corporation

메타버스는 B2B 업계에서 디지털 트윈으로도 구현된다. 사진 Noria Corporation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연결

'과연 메타버스는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이 메타버스의 거품이 꺼졌다는 의견과 함께 거론되곤 합니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를 의미하지만 결국 현실과 연결돼야 합니다. 메타버스 내에 구축된 경제 체계를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도 사용자가 수익을 올리고, 메타버스 밖의 현실에서도 먹고 사는 데 수익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현실과 가상 공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어떤 방식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이 될 것인가를 기업과 사용자 모두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죽은 개념이나 기술이 아니라 생성형 AI와 NFT, 버추얼 휴먼 등이 만들어 낼 다양한 콘텐트와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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