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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보다 20배 빠르다” 소비자 기만 광고에 과징금 336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금 사용하는 LTE보다 20배 빠른 초고속성”(SK텔레콤)
“2GB 영화 1편 다운로드 시 5G 0.8초”(KT)
“다운로드 속도 최대 20Gbps"(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의 이 같은 광고가 모두 거짓·과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3월15일 경제2면 보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 3사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총 336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소비자 기만 정도와 관련 매출액에 따라 과징금 규모는 정해지는데 SK텔레콤엔 168억2900만원, KT에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에 28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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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속도보다 25배 부풀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유튜브·홈페이지·전단 등을 통해 광고한 20Gbps라는 속도가 실제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통 3사는 모두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의 최고속도를 20Gbps에 달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속도가 나기 위해서는 주파수 대역·대역폭, 단말기 등 다양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파수는 물론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도 출시된 적이 없다.

5G 서비스 광고가 이뤄지고 있던 2021년 이통 3사의 5G 평균속도는 0.8Gbps였다. 광고에서 표시한 20Gbps와 비교하면 실제 속도가 2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5G 서비스 도입 당시에는 속도가 0.8Gbps에도 미치지 못 했고,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해도 평균 속도가 1Gbps에 도달하지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5G 광고. 20배 빠른 전송속도를 강조했다. [자료 공정위]

이동통신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5G 광고. 20배 빠른 전송속도를 강조했다. [자료 공정위]

비교 광고 기준 위반도 문제가 됐다. 이통 3사는 모두 자사의 5G 속도가 다른 회사보다 빠르다는 식으로 광고했는데 공정위는 비교 기준이 동일하지 않다고 봤다. 예컨대 SKT는 자사의 5G 속도와 타사의 LTE(롱텀에볼루션·4G) 속도를 비교하고는 자사 서비스가 가장 빠르다고 홍보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기지국 근처 등 특정 장소에서 경쟁사의 5G보다 더 빠른 속도가 나오자 이를 전반적인 품질인 것처럼 일반화하고 자사에 유리한 결과만 공개했다.

“정보 비대칭에 소비자 속을 수 있다”

이통 3사는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전원회의에서 “최고 속도를 표시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G의 이론상 속도를 표시한 것으로, 이를 소비자가 실제 속도라고 오인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동통신 기술은 전문 분야로, 소비자와 사업자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만큼 소비자는 5G 도입 초기에 사업자가 제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봤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론상 속도와 실제 속도가 현저히 차이 나는 경우 이론적으로 최고 속도가 나타나는 구체적인 조건을 상세하게 같이 표기하거나 실제 속도의 평균치를 같이 알려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의 과정에선 광고의 목적이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이통 3사가 5G를 도입하면서 요금제 가격을 인상한 만큼 속도를 과장해 홍보할 만한 목적이 명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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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재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특허사업”이라며 통신 분야의 독·과점을 문제 삼은 뒤 이뤄졌다. 당시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던 이통 3사 표시광고법 위반을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 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통 3사의 요금제 관련 담합 여부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날 “이론상 속도임을 충실히 설명한 광고임에도, 법 위반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송부받으면 세부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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