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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이후 여성에 빈발…감추지 말고 치료 서둘러야"|요실금 국제학술대회 뒷바라지 이동희 박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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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2백50여만 명의 요실금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치료를 위한 의료계의 노력은 매우 미미한 실정입니다.』
운동할 때는 물론 재채기를 하거나 심하게 웃기만 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변이 나오는 요실금은 사람을 매우 난처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그래서 누구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이「감춰진 병」에 대해 제일병원 이사장 이동희 박사(전 산부인과 학회 장)는 『관심 있는 의료인들이 이 질환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87년 한햇 동안 요실금 치료에 든 비용이 7조2천1백억 원으로 같은 시기 에이즈 치료에 쓴 돈의 무려 10배가 넘습니다. 요실금은 물론 치명적인 성격의 병은 아니지만 현대인으로서 일상생활에 커다란 불편을 주는 심각한 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박사는 최근 개최된「요실금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는 등 뒷바라지를 했다. 이 대회에서는 미국·캐나다·일본의 저 명 학자들이 요실금에 대한 최신치료법을 소개했다.
요실금은 주로 분만경험이 있는 여성이나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서 빈발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창피한 나머지 감추기에 급급한 병이라고 이 박사는 설명한다.
『여자가 아기를 낳으면 대부분 요도부근 괄약근이 약화되고 방광이 처지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방광에 요압이 미치면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속옷을 적시고 마는 것입니다.』
이 박사는 그 외에도 약물복용이나 요도부근의 방사선 치료·수술 등에 의해서도 요실금이 생길 수 있고, 특히 폐경기 이후 빈발하는 요실금은 여성호르몬의 감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 의사들조차도 요실금이 병인 줄 모르고 자연적 노화현상으로 간주하며 『어쩌다 찾아온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 박사는 말했다.
이 박사가 요실금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올3월 일본 NHK방송의 요실금 특집을 보고서부터.『일본에는 5백여 만 명의 요실금 환자가 있는데 이중 일부 여성들이 소변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이혼 당하거나 자살까지 한다는 기막힌 내용의 보도였습니다.』
이 박사는 이때 충격을 받고 국내에서 요실금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국제학회를 개최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제일병원에도 조만간「요실금 특수클리닉」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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