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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호수 분석 '충격'…28년 간 소양호 저수량 207배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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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바다 주 볼더 시티 근처의 미드호. 지난 1월 촬영된 이 사진에서 침몰한 배 한 척이 진흙에 선수를 파묻고 선미를 드러낸 채 서 있다. 기후변화와 물 과다 사용으로 인해 전 세계 호수의 절반에서 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AP=연합뉴스

미국 네바다 주 볼더 시티 근처의 미드호. 지난 1월 촬영된 이 사진에서 침몰한 배 한 척이 진흙에 선수를 파묻고 선미를 드러낸 채 서 있다. 기후변화와 물 과다 사용으로 인해 전 세계 호수의 절반에서 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AP=연합뉴스

전 세계 주요 호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수의 저수량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대신 댐이 새로 건설된 일부 지역에서는 저수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과 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 등 국제연구팀은 1992~2020년 사이 28년 동안 미 항공우주국(NASA)의 랜드샛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약 25만장의 사진을 이용, 전 세계에서 큰 호수 1972개의 수위 변화를 분석한 논문을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자연·인공호수 1972개 조사

자료: Science, 2023.

자료: Science, 2023.

조사대상 호수에는 1051개의 자연 호수(면적 100~37만7002㎢)와 921개의 인공호수(4~6만7166㎢)가 포함됐는데, 이는 지구의 자연 호수 및 저수지 저장량의 각각 96%와 83%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최근에 진행된 수위 측정과 면적 측정값을 결합, 수십 년 전 호수의 부피(저수량)를 재구성하고 이를 현재 저수량과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조사 대상 호수의 53%에서 저수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수량은 매년 215억㎥씩 감소했다.

저수량이 줄어든 것은 기후변화로 비는 적게 내리는데, 물 소비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몽골 고비사막 바얀홍고르도(道)에 위치한 14만ha 면적의 어그르 호수. 이곳으로 들어오는 강물이 줄면서 호수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중앙포토]

몽골 고비사막 바얀홍고르도(道)에 위치한 14만ha 면적의 어그르 호수. 이곳으로 들어오는 강물이 줄면서 호수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중앙포토]

중앙아시아의 아랄 해와 중동의 사해는 지속 불가능한 물 사용으로 저수량이 줄었다.
아프가니스탄·이집트·몽골의 호수는 기온 상승, 즉 증발량 증가가 저수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아마존의 열대 호수와 같은 습한 지역의 호수에서도 저수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댐 건설한 곳에선 저장량 늘기도

아랄해 2003년

아랄해 2003년

아랄해 2009년 [미 항공우주국(NASA)]

아랄해 2009년 [미 항공우주국(NASA)]

이에 비해 호수 24%는 물 저장량이 크게 늘었다.

빙하가 녹는 티베트 고원 내부의 호수, 인구가 적은 북미 대평원 북부의 호수, 새로운 댐 저수지가 들어서는 양쯔강, 메콩강, 나일강 유역 등에서 주로 늘었다.

자연 호수 가운데 457개 호수(43%)에서는 저수량이 줄었고, 234개 호수(22%)에서는 늘었다.
나머지 350개(35%)는 별 차이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수자원 감소의 80%는 26개 대형 호수가 차지했다.
예를 들어, 카스피 해는 전체 호수 수자원 감소의 49%, 자연 호수 수자원 감소의 71%를 차지했다.
아랄 해의 경우 매년 65억9000만㎥씩 물이 줄었다.

인공호수 퇴적물로 저수량 감소 

미국 미드호. [미 항공우주국]

미국 미드호. [미 항공우주국]

인공호수의 경우 64%가 저수량이 줄었지만, 최근 건설된 인공호수 183곳(20%) 덕분에 전체적으로 매년 48억7000만㎥의 속도로 수자원 보유량이 늘었다.

기존 댐들의 저수량 감소는 퇴적물이 쌓이면서 저수 공간이 줄어든 탓인데, 기존 댐에서 퇴적물로 인한 저수량 감소는 새로 댐을 지으면서 확보한 저수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저수량 감소와 증가를 다 고려했을 때, 조사 기간 전체를 통해 전 세계 호수 저수량은 602.28㎦(6023억㎥)이나 순(純) 감소했다.
미국 최대 저수지인 네바다주 미드 호수 저수량의 약 17배, 국내 소양호 저수량 29억㎥의 207배에 해당하는 양이 28년 동안 사라진 셈이다.

연구팀은 "호수는 지구 표면 담수의 87%(빙하 제외)를 저장하는데,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이 호수 생태계를 점점 더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인 20억 명이 건조한 호수 유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인간의 소비, 기후 변 등, 댐 내부 퇴적 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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