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남미 파라과이 아순시온 인근의 차코이 강이 가뭄으로 마르면서 드러난 강 바닥이 갈라졌다. AP=연합뉴스
오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다.
인류 사회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 등 물과 관련된 재해도 끊이질 않는다.
22일은 유엔 지정 '세계 물의 날' #지구 전체로는 물 부족하지 않아 #일부 지역 초과·과잉소비 나타나 #연간 지구 수자원 과소비 3930억㎥ #2050년까지 수요 55% 늘어날 전망 #농업용수 수요관리 방안 마련 시급
나일 강 상류에 에티오피아가 거대한 댐을 건설하면서 이집트와 갈등을 벌이는 것처럼 수자원 확보와 이용을 둘러싼 충돌도 잦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1년 이상 계속되면서 위생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전 세계 78억 명 인구 가운데 20억 명은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세계 물의 날 로고. 물의 소중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1년 세계 물의 날 포스터. 당신에게 물은 어떤 의미인가를 묻고 있다. [유엔 환경]](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20/ee55924f-d4be-453b-8882-01fd15fdfdba.jpg)
2021년 세계 물의 날 포스터. 당신에게 물은 어떤 의미인가를 묻고 있다. [유엔 환경]
지난해 한 연구에서는 전 세계 인류가 연간 3930억㎥의 물을 과소비하는 것으로 집계하기도 했다.
1년 동안 대한민국(남한)에 내리는 전체 빗물 양의 2.4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2050년에는 전 세계 물 수요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인류는 과연 수자원을 잘 관리하고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일까.
"물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여유"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지구. 미항공우주국(NASA)
지구 표면의 71%는 물로 덮여 있다. 겉으로 봐서는 지구가 아니라 수구(水球)인 셈이다.
지구 상에 있는 물의 총량은 14억㎦(입방킬로미터)나 된다. 14억㎦는 14억㎥의 10억 배이므로 140경 ㎥이다.
지구 수자원 총량은 춘천 소양호의 저수량 29억㎥의 4억8275만 배다. 지구 표면 전체를 2.7㎞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지구의 물 대부분은 짠 바닷물(97.47%)이거나 빙하·만년설(1.76%)에 갇혀 있거나, 지하수(0.76%)다.
호수·하천·강처럼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전체의 0.01%(14조㎥)에 불과하다.
지구 한계선(planetary boundary) 개념을 제시한 요한 록스트룀은 지구에서 연간 활용 가능한 수자원 양을 연간 4조~6조㎥로, 실제로 이용되는 수자원의 양은 연간 2조6000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구 한계선 개념을 나타낸 그림. 9개 지표 중에서 담수 이용(Freshwater Use)이나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 성층권 오존층 고갈(Stratospheric Ozone Depletion)는 한계선 안쪽의 안전한 수준이라는 의미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다. 반면 생물권의 온전함(Biosphere Integrity)의 유전적 다양성과 생물지구화학 순환(Biogeochemical Flows)의 질소 지표는 지구 한계선을 초과해 매우 위험하다는 의미의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토지 시스템 변화(Land-system Change)는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인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록스트룀은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9가지 지표와 각각에 대한 한계치를 제시했는데, 기후변화나 생물 다양성 등과 달리 수자원 문제는 당장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이용량이 공급량(지구 한계치)보다 적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물 문제는 지역적으로 따져야"

미국 애리조나와 유타 주 사이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파월 호수 항공사진. 2019 년 9 월 11 일 촬영. AP=연합뉴스

일본 국가 산업개발연구소 소속 모토시타 마사 하루(本下晶晴) 박사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 독일 베를린 공대 소속 연구팀은 지난해 6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물 문제는 지구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록스트룀이 제시한 숫자, 즉 전 지구를 평균한 수치만 보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모토시타 등은 전 세계 1만1000개의 유역(그린란드·남극 제외) 단위로 물 수요·공급을 분석하고, 전 세계 인류의 물 수요를 연간 1조6710만㎥로 계산했다.
자연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수자원을 제외하고, 인류가 소비하는 물의 양만 따진 것으로 소양호 저수량(29억㎥)의 576배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또 자연 생태계에 돌아가야 할 물을 제외하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을 유역 단위로 따로 계산했다.
그 결과, 1865개 유역(분석한 유역 전체 숫자의 17%)에서는 적절한 수준보다 더 많은 물을 사용하는, 즉 '초과소비(over-consumption)'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유역에서는 자연 생태계 몫의 일부를 사람들이 끌어다 쓰고 있다.
이 경우 자연 생태계에 돌아갈 물이 그만큼 줄어 하천·호수 등의 생태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 유역에서 초과 소비한 수자원 양을 모두 더하면 연간 3930억㎥로 전체 인류가 소비하는 양의 24%나 됐다.
더욱이 초과소비 3930억㎥ 중에서도 주민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소비는 59%였고, 나머지 41%인 1590억㎥는 꼭 필요하지 않은 '과잉소비(surplus consumption)'로 분류됐다.
꼭 필요한 소비란 식수와 위생, 자급자족을 위한 식량 생산, 상품 생산 등에 들어간 물 소비를 말하고, 과잉소비는 수출용 식량 생산을 위해 물을 소비하는 경우를 말한다.
초과소비가 나타나는 유역 1865곳은 숫자로는 17%였지만, 이들 유역의 물 수요를 다 합치면 전 세계의 79%를 차지했다.
수자원 수요·공급이 많은 규모가 큰 유역일수록 초과소비도 만연했고, 가뜩이나 물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과잉소비까지 발생한 셈이다.
농산물 수입으로 물 부족 해결

지난해 4월 봄 가뭄이 이어진 폴란드 중부 사도비에크 마을에서 관개용수를 사용해 농경지에 물을 뿌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인도·중국·미국 등 초과소비 상위 10개국이 전 세계 수자원 초과소비의 7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인도가 743억㎥로 전 세계 초과소비의 19%를 차지했고, 중국이 649억㎥로 16.5%를, 미국이 318억㎥로 8.1%, 이란이 271억㎥로 6.9%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에서 발생한 수자원 초과소비의 80% 이상은 농산물 생산과 관련이 있었다.
특히, 초과소비 가운데 미국의 경우 43억㎥가, 호주는 22억㎥, 인도 6억㎥ 등이 과잉소비로 분류되는 수출용 농산물 생산에 투입된 것이었다.
이처럼 농산물 생산에는 다량의 농업용수가 투입된다.
만일, 농산물을 수입한다면 그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들어갔을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농산물 수입은 수자원을 수입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농산물 교역을 통해 국가 간에 이동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수자원을 가상수(假想水, virtual water)라고도 한다.
연구팀은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가상 수를 수출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는 초과소비를 189억㎥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일부 국가는 수자원 부족을 농산물 수입을 통해 해결하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일부 농산물 수출국에서는 수자원 초과소비가 더 늘게 된다"며 "생태계에 스트레스를 가하게 되는 수자원의 초과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식량 소비 형태를 변화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0년에 비해 2050년에는 전 세계 물 수요가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용수 수요를 줄이는 것이 시급한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물 소비량이 많은 육식 대신 곡물을 그대로 먹는 것도 물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쌀 1㎏을 생산하는 데는 3400L의 물이 있으면 되지만,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는 물 1만5500L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