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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담보 못한다"…성능 미달 방탄복, 100억에 5만벌 산 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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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군 장병들이 사용 중인 방탄복 5만 벌이 기준에 미달되거나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생명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A군수업체로부터 방탄복 5만6280벌, 107억7800만원어치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중형·대형·특대형 4만9622벌을 납품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청 산하 품질보증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A업체가 성능시험을 하는 상단 및 좌우 측면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댄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2월 덧댄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승인했다. 또 이를 성능 시험기관에 알리지 않아 덧댄 부위만 사격시험을 해 합격 판정을 받도록 했다. 국기연은 이후 지난해 5월 A업체가 방탄 소재를 덧대 방탄복의 성능을 조작했다는 민원을 접수한 뒤에도 취약한 중앙 부위는 제외하고 덧댄 부위 경계 등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해 방탄성능을 충족한다고 판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감사원이 A업체가 납품한 방탄복의 덧대지 않은 부분을 시험해 보니 일부 방탄복이 가슴·복부 등 중앙 부위에서 후면변형량 허용기준(44㎜)을 초과하는 등 성능에 미달했다. 방탄복은 총탄의 충격으로부터 장 파열 등 장기손상도 막아야 한다. 이에 감사원은 방사청에 A업체에 대해 기준 미달 방탄복의 대체 납품(교환)을 요구하고 향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라고 통보하고 관련 연구원 2명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국기연은 이날 “계약서상 기준과 시험절차에 따라 합격한 제품만 군에 납품했다”며 “감사원의 시험은 구매요구서의 시험방법 및 기준과 다르게 수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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