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탈당 다음날, 업비트·빗썸·카카오 압수수색…강제수사 착수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탈당계를 낸 전날(14일)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탈당 하루 만에 김 의원의 수십억대 코인 보유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빗썸과 업비트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위믹스 등 수십억원대 코인 보유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가 15일 김 의원의 코인 거래 흐름과 자금출처 등을 들여다 보기 위해 업비트와 빗썸 등 암호화폐거래소, 김 의원이 개설한 전자지갑(클립)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의원은 위믹스·마브렉스 등 게임 관련 코인을 거래하면서 게임업계로부터 입법 로비와 함께 상장 계획 등 미공개 정보를 받아 이용했거나 무상으로 코인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김 의원과 게임업계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의 자체 조사를 받던 김 의원은 전날(14일) 자진 탈당했다.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건 탈당 하루 만이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해 초 불상의 빗썸 전자지갑에서 김 의원의 업비트 전자지갑으로 약 60억원 상당의 위믹스 코인이 이체된 것과 관련 업비트로부터 의심거래 보고를 받은 뒤 자체 분석과 정보분석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7월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위믹스가 이체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0, 11월 빗썸 등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연거푸 기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이 불거진 뒤 김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전자지갑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일부 거래내역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급변침했다. 김 의원이 ▶2021년 10월 위믹스를 거래한 뒤 가격이 일시적으로 20배 뛰었고 ▶지난해 2월 메타콩즈 코인을 거래한 뒤에도 가격이 2.5배 상승했으며 ▶지난해 4월 넷마블이 발행한 마브렉스 코인을 거래한 직후엔 해당 코인이 빗썸에 상장되는 등 누군가 “김 의원에게 펌핑(pumping) 정보, 상장 정보를 준 정황”(코인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세 번째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이날 집행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2021년 2월부터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대금을 코인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위믹스 등 문제의 코인을 언제 사고 팔았는지 등 자세한 거래 내역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코인 발행사가 김 의원에게 무상으로 코인을 건네지 않았더라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코인 발행사에 유리한 입법에 관여하는 등 대가성이 드러난다면 뇌물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정치자금법 또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하준호·윤상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