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경제광장|벽에 부닥친 일 토지 세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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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에서는「토지신화의 타파」를 내걸고 일본정부가 추진중인 토지세제의 전면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토지보유 세를 만들고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 자산보유 수단으로서 토지가 갖는 매력을 없애 버리겠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의도다.
그러나 이의 도입에 대해 경단련을 비롯한 재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각 정부 부처들도 저마다 소관분야에 대해서는 비과세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모든 소유토지를 합산, 일정 율의 세금을 매긴다는 토지보유 세의 도입이 지가를 떨어뜨리거나 적어도 상승을 억제하리라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세 부담이 크게 늘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토지보유세율을 1%로 잡고 계산했을 때 ▲일본 민영 철도협회는 대형 사철 15개 사의 경우 경상이익의 79% ▲일본 백화점 협회는 조사대상 회원 80개 사 평균 경상이익의 49% ▲부동산 협회는 대형 10개 사 평균 경상이익의 55% ▲일본 철강연맹은 업계 전체 평균 경상이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땅값이 비싼 대도시 부근에 토지가 많은 기업일수록 부담이 큰데 일본 경제신문의 추계에 따르면 세율 1%일 경우 일본 전신전화(NTT)는 연간 6백억 엔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수 증가에 대해 대장성과 자민당의 세제 조사 회 등은 토지보유 세의 도입이 세수증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며 소득세 등의 감세 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은 대장성이 이를 통해 세수확대만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토지보유세가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이제는 비과세 범위가 어디까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각 부처에 의견 조회한 결과 한마디로 소관업종의 토지는 모두 비과세 돼야 한다고 주장, 대장성을 당혹케 하고 있다.
농수성은 농지·임지를, 운수성은 철도·선로·역사·택시회사 주차장·트럭터미널·조선소부지·항만시설용지·여행사 점포용지 등을 모조리 열거했고, 후생성은 병원·사회복지시설용지·환경 위생 업 용지 등을, 우정성은 NTT등 전기통신 사업용지 등을, 문부성은 학교법인·종교법인·문부성관련 사단·재단법인의 토지 등을 비과세대상으로 해줄 것을 열거, 그대로 들어주다간 신세도입은 껍데기만 남으리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장성의 생각은 공공·공익용지와 법원·사회복지 시설용지, 일정 면적 이하의 주거 용지를 원칙적으로 비과세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이른바 공공·공익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일정 면적을 얼마로 잡을 지에 따라 시행효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대장성은 또 지난 21일 토지 양도차익 과세에 관한 수정안을 제시했는데 내용이 상당히 강력해 또다시 적잖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장성의 안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양도소득은 불로소득이라는 관점에서 장기보유(소유 5년 초과)에 대한 세율도 대폭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장기보유에 대해서는 차익 4천만 엔까지는 20%, 그 이상은 25% 세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올려 오는 96년까지는 40%(주민세 12%별도)로 일원화한다는 것.
또 기업에 대해서는 분리과세제도를 도입, 특히 적자기업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고 절 세를 막기 위해 부동산 모두의 손상은 다른 소득과의 손익합산을 인정치 않도록 하는 등의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대장성의 시안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토지의 유동성을 떨어뜨리고 공공사업용지와 택지공급을 저해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소유와 양도 양쪽 모두에 강력한 세제를 무기로 땅값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인데 92년으로 잡고 있는 실시 시기가 너무 촉박해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본정부는 토지공개념 제도를 수립, 시행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과 부러움마저 보여 왔고 여러 차례 조사단을 보내 오기도 했는데 그 때문인지 이번 일본의 토지관련 세제개혁은 내용 면에서도 우리와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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