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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검소하게 치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결혼식은 이렇게 치르세요-.』
결혼이 국적불명의 예식절차와 호화혼수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바람직한 결혼식과 결혼예복 발표회」가 대한 YWCA연합회·두란노 서원 공동주최로 26일 오후3시·7시 서울 명동 대한Y강당에서 열렸다.
지난해 6월 결혼, 6개월 된 아들을 둔 고재형(27·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공학과 박사과정) 허성혜(25)씨 부부가 모델이 된 모의결혼식은 홍정길 목사(남서울 교회) 주례로 약40분간에 걸쳐 진행됐다.
평상복인 흰면 반팔 원피스에 치마부분만을 레이스로 한겹 덧씌우고 분홍공단으로 만든 리번 장식 벨트로 여밈 처리한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생화 안개꽃과 조화인 크림색 장미꽃을 섞어 만든 부케를 들고 주례를 향해 객석 오른쪽에서 입장. 보통 다른 신랑들과 같은 평상복차림의 고씨는 주례를 향해 객석 왼쪽에서 입장했다. 이들은 흰 천이 깔린 중앙 통로를 따라 함께 손을 잡고 성가 곡에 맞춰 나란히 걸어 들어가 주례 앞에 섰다.
신부가 통상 결혼행진곡에 맞춰 아버지나 오빠에게 이끌려 뒤에 입장하는 관례를 깨고 신랑·신부가 양쪽에서 동시에 입장한 것이 달랐다.
예식 순서에서도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이날의 예식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하객 등 모두 함께 부르는 찬송 ②두 사람의 결혼을 도와준 가까운 이의 기도 ③주례말씀 ④신랑·신부가 각기 준비한 혼인서약 발표 ⑤주례자의 성혼공포 ⑥직장동료들의 축가 ⑦신랑·신부가 함께 부모님께 감사의 말을 발표 ⑧모두 함께 부르는 찬송 ⑨주례자의 축도⑩축하객에게 일일이 정중하게 인사하며 식장을 떠나는 출발. 이중 ②, ④, ⑦, ⑩정도가 보통 결혼식과 달랐다.
이어 열린 결혼예복 발표회에서는 20만원 이하로 만든 기성복 드레스 9벌과 두란노 서원이 평상복을 활용해 내놓은 드레스 3벌, 한복연구가 박명자 씨가 만든 한복 2벌 등 14벌의 예복이 선보였다.
특히 평상복을 활용한 드레스들은 남대문시장에서 판매하는 조화·리번 들을 군데군데 덧붙이거나 구슬 등을 달아 줌으로써 예복의 분위기를 더한 것으로 모두 3만원 안팎이다.
이들 양장예복은 모두 부분적으로 착 탈이 가능토록 해 결혼식후 신혼여행 복으로 활용하거나 평상복으로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 예컨대 어깨부분을 감싼 숄을 벗으면 원피스가 된다든지, 안에 받쳐입거나 덧붙여진 스커트를 벗거나 떼어버리면 일상적인 의상으로 되돌아와 연주회 등에 갈 때 입을 수 있는 옷으로의 활용이 가능해진다.
한복예복은 흰색 노방과 분홍색 노방으로 만든 것이 선보였는데 평상복에 비해 치마폭이 다소 넓은 것이 특징. 여기에 잔잔한 꽃을 기계자수로 처리해 은근한 화려함을 강조했다. 한복예복에는 면사포나 복건을 곁들이도록 했다.
신부가 손에 드는 부케도 조화를 주로 해 5천 원 이하로 제작된 것들이 선보였으며 신부의 구두도 장미꽃 장식이나 리번을 덧붙여 사용토록 했다.
모의결혼식을 치른 고씨 부부는『자신의 결혼식 때 빌린 드레스 값만도 1백 만원이었다』고 회고하고『앞으로 자녀의 결혼식은 반드시 이렇게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대한Y 김은경 간사는『본인들에게는 희망의 예식이, 부모들에게는 성스러운 예식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기독교신자가 아닐 경우 찬송·기도의 순 만을 제외하고 모의결혼식 식순에 맞춰 하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예복발표회에 선보인 기성복 드레스는 내년 2월부터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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