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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blog] 고건은 체어맨인가 막걸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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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건 전 총리에 대해 화려하고 오랜 고위공직자 생활이 만든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동차로는 체어맨, 옷에서는 정장 등,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어떤 자동차가 떠오르나'란 질문에 국산 대형승용차인 체어맨(43.4%)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2위도 외제차인 벤츠(17.7%)가 꼽혔다. 옷에서는 대다수가 정장(72.3%)이라고 답했고 술은 막걸리(25.6%)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지난 20일 중앙일보 이여영 기자가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고 전 총리와 일정을 함께 하며 느낀 점을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간추려 모아봤다. 이 기자의 '대선주자를 만나다' 블로그는 시리즈로 연재될 예정이며 정동영 전 의장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동행기다.[편집자 주]

▶조심스럽게 멋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스타일[전문보기]

전체적인 스타일은 상당히 고전적이고 보수적이다. 당일 의상도 가장 무난한 스타일의 전형적 관료형으로 볼 수 있는 감색 스트라이프 정장이었다. 또 보통 멋스러운 남성들은 넥타이를 매면서 가운뎃 주름(보조개라는 뜻의 딤플이라고 함)을 하거나, 그보다 더 유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비대칭적인 주름을 추구하기도 하는데, 이를 피한 것으로 봐서 멋을 조심스럽게 추구하되 결코 튀지 않으려는 태도가 몸에 밴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고건과 체어맨이 어울려?[전문보기]

정치인과 기업 CEO가 이용하는 이른바 '까만차'를 통해 해당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부분이 에쿠스를 이용하는데 이들은 가장 전형적이며 보수적이다. 남들보다 튀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반면 체어맨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에 관심이 많은 다소 개방적인 인물이라고. 고씨의 차는 에쿠스가 아니라 체어맨이다.

▶대충대충 관료형 악수[전문보기]

한마디로 상대를 외면하면서 건성건성하는 스타일이다. 박근혜 대표가 지나치게 정성을 다해 악수하고 반드시 상대방 눈을 들여다 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박씨는 오랜 퍼스트레이디 교육과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오죽 정성들여 악수를 했으면 손이 다 부었을까. 말하자면 고씨는 관료형 악수, 박씨는 영부인형 악수다. 관료들은 민원인들을 많이 접촉하지만 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오히려 감정 표현이 부담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한다고들 한다. 고씨와 악수를 나누며 전형적인 관료형 악수가 떠올랐다.

▶고고한 필체[전문보기]

상당히 공들여 쓰는 느낌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고고한 필체가 돋보인다. 처음에 만났던 정동영 전 의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씨의 필체에서는 흘려 쓰되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고위공무원들은 관료로 오랜 기간 처신하면서 대개 서명용 필체들을 가꿔나간다. 각종 결재서류에 사인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고위 관료가 될수록 더욱 신경써 서명 글씨체를 개발하는 경우 많다. 고씨의 고고한 글씨체, 멋지다. 하지만... 아쉽다.

이여영 기자

<대선주자 릴레이 만남 연재를 시작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계획을 세우고 취재협조 공문을 발송했습니다.아직 6명 모두는 아니지만 조금씩 응답이 오기 시작합니다.제일 처음 답을 받은 곳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여야에 상관없이 섭외가 이루어지는 순서대로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인 호불호는 애초에도 없었고 취재 과정에도 절대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시각에서 공정하게, 속시원하게 그들을 만날 것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글을 읽는 분들이 최대한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느껴볼 수 있도록 발로 뛰고 또 뛰겠습니다.

블로그의 이름처럼 그들의 말과 맛 그리고 멋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흔한 정치적 공약과 가식적인 모습이 아닌 제가 그림자처럼 동행하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전하겠습니다. 블로그에서 대선 주자들의 더 친근하고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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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의 멋] 고건과 체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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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의 멋] 왠지 어색한 느낌, 관료형 악수
▶ [고건의 멋] 고고한 필체
▶ [고건의 멋] 조심스럽게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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