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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쫄딱 맞은 개 묶고 "멧돼지 감시용"…5성급 호텔 해명 공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제보자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강아지 사진. 밖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고 한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지난 6일 제보자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강아지 사진. 밖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고 한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파라스파라 서울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에 대응하면서 내놓은 호텔 측 해명이 더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성급 호텔에서 키우는 강아지 관리가 이게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 A씨는 “(파라스파라 호텔) 주변을 산책하던 중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며 “처음에는 호텔에서 키우는 강아지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강아지) 집 안에 사료를 잔뜩 쌓아둔 탓에 강아지는 비가 와도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서만 밥을 먹고 있더라”며 “온몸이 다 젖어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A씨가 올린 호텔 산책로에 위치한 강아지 집과 물통. 집 안에는 사료가 잔뜩 쏟아져 있고 물통엔 흙탕물이 차 있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제보자 A씨가 올린 호텔 산책로에 위치한 강아지 집과 물통. 집 안에는 사료가 잔뜩 쏟아져 있고 물통엔 흙탕물이 차 있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A씨가 함께 올린 사진에 따르면 실제 어린 강아지가 빨간 목줄에 묶여 서성이고 있다. 집 안엔 그릇에 담겨 있지 않은 사료가 쏟아져 있었고 물통엔 흙탕물이 차 있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다.

보다 못한 A씨는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해당 상황에 대해 문의했고 “멧돼지로부터 호텔을 보호하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호텔 “야생동물 감시용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하루 뒤인 지난 7일 파라스파라 측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입장문을 냈다. 호텔 측은 “국립공원 내 위치한 특성상 겨울철 야생동물의 출현을 감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바로 옆 민가에서 키우는 감시견의 위치를 리조트와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해명이 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상식적으로 줄에 묶인 강아지가 야생동물의 침입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냐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5성급 호텔에서 야생동물의 출현을 감시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으로 내놓은 것이 강아지를 짧은 줄에 묶어두는 것이었냐”며 “논란이 되니 견주한테 다시 줘버리고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동 조치했다는데, 일 처리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하는지 화가 난다”고 썼다. 일각에선 호텔에 논란이 된 강아지 외 다른 백구도 있었다며 백구의 행방을 묻는 글도 올라왔다.

파라스파라 서울이 ″논란이 된 강아지를 귀가조치했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호텔 산책로에 묶여 있는 백구도 있었다″며 ″백구의 행방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한 누리꾼이 올린 백구의 모습. 사진 커뮤니티 캡처

파라스파라 서울이 ″논란이 된 강아지를 귀가조치했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호텔 산책로에 묶여 있는 백구도 있었다″며 ″백구의 행방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한 누리꾼이 올린 백구의 모습. 사진 커뮤니티 캡처

호텔이 그간 야생동물 감시견으로 둔 개는 논란이 된 강아지 외에도 백구까지 총 2마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인근에 거주하는 스님과 조경관리사가 키우던 개로 멧돼지의 출몰이 잦아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데려왔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호텔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인근에 살던 견주가 계속 오고가며 돌봐주고 있었다”며 “짧은 줄에 묶어놨다는 사실도 오해인 게 긴 줄로 매어 (개들이) 30~40m를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펫 객실’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단 지적도

파라스파라 서울이 SNS에 홍보한 '펫 객실 오픈' 홍보 글.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파라스파라 서울이 SNS에 홍보한 '펫 객실 오픈' 홍보 글.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반려동물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 ‘펫 객실’을 홍보·운영해온 파라스파라가 ‘야생동물 감시견’을 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았단 비판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강아지한테도 급이 있냐”며 “어떤 강아지는 비를 맞으며 감시를 해야 하고 어떤 강아지는 호캉스를 누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호텔 측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개들은 지난7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마치고 모두 견주에게 돌아갔다. 앞으로 (야생동물) 포획틀을 추가 설치해 안전조치 하는 등 호텔 리조트 격에 맞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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