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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현금화 없었다던 김남국…"전세 위해 8억 매도" 말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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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0억 코인 투자’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은행 입출금 내역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오히려 과거 재산공개 내역과 비교했을 때 약 10억원의 예금이 갑자기 늘어났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위믹스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김남국

김남국

김남국 의원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모두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며 “2021년 1월 13일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 주문해 9억8574만원의 예수금이 발생했고, 해당 금액을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보유한 가상화폐는 9억1000여만원 수준이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개된 재산 약 15억원과 달리) 실제 재산은 약 21억원 규모”라고 했다.

과거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김 의원은 2020년 말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 주식 5만676주를 보유했었다. 당시 가액이 9억4000만원 정도였다. 그러다 2021년 1월 13일 이를 전량 매도했다고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밝혔다. 2월엔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로 확보한 예수금과 다른 자금 일부를 합쳐 10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주식 매매대금을 그대로 이체해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김남국 입장문

김남국 입장문

그런데 이와 별개로 2021년 말 기준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전해에 비해 예금이 10억2400만원 증가했다. 이 중 10억1500만원은 농협은행 계좌에서 증가한 액수로, 가상화폐 투자에 사용된 국민은행이나 케이뱅크 계좌와도 상관이 없다. 당시 김 의원은 예금 변동사유를 ‘보유주식 매도금액 및 급여 등’이라고 기재했다. 주식 매도로 확보한 자금을 전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해명과 배치된다. ‘예금 10억원’ 또는 ‘가상화폐 투자금 10억원’ 중 하나는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것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2021년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대금 9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해명한 것은 자승자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 매도대금 9억원이 고스란히 예금으로 들어가 재산신고 내역에 나와 있는데, 그렇다면 가상화폐에 투자한 9억원은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주식 매도대금을 전량 위믹스에 투자했는지 ▶투자했다면 언제 얼마에 샀고 언제 얼마에 팔았는지 등은 해명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2021년 2월 중순 기준 위믹스 가격은 개당 180원 정도인데, 이때 10억원을 전부 위믹스에 투자했다면 약 550만 개 확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보유했다는 80만 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초기 투자금이 위믹스 투자에 사용되지 않았다면 어떤 코인 거래에 사용됐고, 이후 위믹스엔 언제 얼마를 투자했는지도 소명되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김 의원의 거래를 ‘의심거래’로 당국에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단순히 거액 자금이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소가 금융 당국에 ‘의심거래’로 신고하지는 않는다는 게 암호화폐 업계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고 기준을 밝힐 수는 없지만 액수뿐 아니라, 거래 시점과 방식같이 의심 갈 만한 정황이 있어야 신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 의원은 통화에서 “공직자 재산신고는 12월 31일 기준으로 법률에 따라 충실하게 했다”며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동안에도 일부 수익금을 은행 입출금 계좌에 현금으로 예치하거나 다시 재투자하기도 했기 때문에 ‘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동안 입출금 계좌에도 돈이 들어있냐’는 지적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왼쪽)과 지성호 원내부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0억 코인’ 논란을 빚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왼쪽)과 지성호 원내부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0억 코인’ 논란을 빚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오락가락 해명도 논란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 가상화폐는 거의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선 전후인 지난해 1~3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인출한 현금이 총 440만원이라고 전날 해명했고, 한 언론엔 “위믹스 코인을 현금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 커지자 “지난해 2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 무렵 약 8억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인출은 440만원밖에 안 했어도 이체를 통한 현금화는 8억원 정도 한 것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지성호 원내부대표는 김 의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단순 가상화폐 소지만이 아니라 불투명한 자금 출처와 수상한 거래 흐름, 코인 보유 상태에서 법안 발의에 참여한 점을 종합 판단해 제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보유 코인을 전원 공개하고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의원이 2021년 암호화폐 과세 유예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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