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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코인도 쓴 공직자 있다…김남국 해명 무색케한 재산신고

중앙일보

입력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이상 거래 의혹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이상 거래 의혹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가상화폐가 공직자 재산 공개 신고 대상은 아니지만, 가상화폐 보유·매도 사실을 신고한 공직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 가상화폐를 최고 60억원어치 보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가상화폐는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공직자로서 처신이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30일 공개한 관보에서 공직자 2명이 가상화폐를 신고했다. 박범수 대통령비서실 농해수비서관은 당시 배우자가 보유한 현금이 감소(300만원→159만원)했다고 하면서, ‘비트코인 가액변동’이라고 기재했다. 배우자가 보유한 가상화폐 가치가 절반으로 하락하자 이를 현금에 준해 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신고했다.

박범수 대통령비서실 농해수비서관의 재산내역을 공개한 관보 20470호. 배우자 현금 감소 사유가 가상재산 때문이라고 신고했다. [사진 인사혁신처]

박범수 대통령비서실 농해수비서관의 재산내역을 공개한 관보 20470호. 배우자 현금 감소 사유가 가상재산 때문이라고 신고했다. [사진 인사혁신처]

이와함께 이승연 부산시의회 시의원(국민의힘·수영2)은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예금이 7억2335만원에서 3억6585만원으로 절반가량(49.4%) 감소했다고 신고하는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 내용을 밝혔다.

관보에 따르면 그는 거래소 업비트·빗썸에서 거래했던 가상화폐를 전액 매도했다. 4억776억가량 매수했던 가상화폐를 팔아 2억6935억원을 케이뱅크·NH농협 등 2개 은행 계좌로 옮겼다. 신고 기간 가상화폐 투자로 1억3840만원 정도 평가액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사처 “변동 사항란에 기재하도록 안내”

이승연 부산시의회 의원의 재산을 공개한 2023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사진 인사혁신처]

이승연 부산시의회 의원의 재산을 공개한 2023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사진 인사혁신처]

이들을 제외하면 가상화폐를 신고한 공직자는 아직 없다.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가 가상화폐를 보유 재산으로 등록·신고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은 토지·주택과 1000만원 이상 현금·주식·채권 등을 등록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해 신혜라 인사혁신처 윤리정책과장은 "가상자산을 사느라 현금 보유액이 줄었다거나 하면 변동 사항란에 기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8일 업로드한 글. [사진 페이스북 캡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8일 업로드한 글. [사진 페이스북 캡쳐]

고위 공직자는 재산신고 기간이 되면 인사혁신처 등 재산등록을 담당하는 부서에 가상화폐 신고 방법을 종종 문의한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재산신고 방식 때문에 가상화폐를 신고하려면 다소 편법을 써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승연 시의원은 재산공개 기간 케이뱅크와 NH농협은행에서 예금계좌를 만들어 각각 1000원씩 입금했다. 재산신고 내용을 입력할 때 최소 단위가 1000원인데, 이렇게 가상화폐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 계좌를 만들어두면 거래 내용을 소명할 수 있어서다. 즉, 재산공개 상 2000원으로 잡혀있던 항목이 실제로는 한때 4억776원짜리 통장이었던 셈이다.

재산등록 제도 한계에 대해 이찬영 인사혁신처 재산심사기획과 사무관은 “공직자가 실제로 본인 재산을 등록할 때 궁금한 점만 안내하기 때문에, 가상화폐 등록 같은 어떤 가정적인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고위 공직자라면 가상화폐 신고가 맞아”

지난해 연말 상장폐지 직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위믹스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연말 상장폐지 직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위믹스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김남국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2년 1월~3월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출금 명세서를 공개하면서 “(가상화폐) 투자금은 주식 매매대금을 그대로 이체해서 투자했다”며 “모든 거래내용은 거래소에서 투명하게 전부 다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불법이 아니더라도 고위 공직자라면 가상화폐를 신고하는 게 옳다는 지적이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게 재산공개"라며 "디지털자산감독원과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가상화폐 제도를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연 부산시의회 의원은 “선출직 공직자로서 법적 의무를 떠나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등록하는 것이 당연하고 떳떳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는 지난해 연말 국내 5개 디지털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가 지난 2월 이중 한 곳에서 재상장했다. [뉴스1]

경기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는 지난해 연말 국내 5개 디지털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가 지난 2월 이중 한 곳에서 재상장했다. [뉴스1]

한국과 달리 미국 고위 공직자는 가상화폐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 1000달러(132만원) 이상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거나, 재산 등록 기간 디지털 자산으로 200달러(26만원) 이상 이익을 거두면 보고해야 한다.

아예 국회의원 전원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공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남국 의원이 투명하게 (가상화폐 거래·보유 내용을) 공개하면 되는데 자꾸 이상한 얘기만 한다”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보유 코인을 전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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