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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크렘린궁 공격 배후? 터무니없다…러 무기 부족, 대공세 못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러시아가 크렘린궁의 무인기(드론) 공격 배후로 자국을 지목한 데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테러 행위'라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는 등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놓은 입장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그곳(크렘린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미국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CNN과 MSNBC 방송에도 출연해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이라 거듭 강조하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국경 밖으로 공격하는 것도 권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공에 드론이 날아드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공에 드론이 날아드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러시아 측은 지난 3일 새벽 드론 2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관저인 크렘린궁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고 발표하며, 우크라이나가 푸틴을 노린 공격이라 비난하고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다. 다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 현지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크렘린궁 상공엔 15분 간격으로 드론 2대가 날아들었으나 방공망에 감지돼 모두 격추됐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없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러시아는 보복을 예고하고 4일 키이우 등에 대규모 공습까지 한 상황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러시아 측과 소통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 일을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있진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ODNI) 국장 역시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혔다.

이와 별도로, 헤인스 국장은 "러시아가 군수품과 병력 부족으로 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세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핵 공격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강제 동원령을 다시 내리지 않고, 이란 등에서 상당한 양의 탄약 공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적당한 수준의 공격을 하는 일조차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올해 휴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가 임박하면서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에 사보타주(파괴공작)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州) 일스키 지역 석유 저장고가 최근 이틀 연속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크라스노다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러시아의 중요 보급기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전쟁 피로감 줄여야"…젤렌스키 ‘순방 외교’ 박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정의 없는 평화는 없다'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정의 없는 평화는 없다'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기 지원 등을 호소하기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섰다. 지난 3일 핀란드를 방문해 북유럽 5개국(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아이슬란드) 정상회담에 참석했고, 4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본부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푸틴의 유죄 판결을 확신한다"며 특별재판소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3~14일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독일도 방문한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광폭 행보는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며 서방의 전쟁 피로감을 줄이는 일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는 4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군사 지원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전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던 젤렌스키의 의사소통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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