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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동생 손배소 기각/법원/“재산헌납 강요 인정되나 시효경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민사지법 합의12부(재판장 강현중부장판사)는 28일 79년 10·26직후 계엄사 합수부의 강압에 의해 재산을 국가에 헌납했다고 주장한 김항규씨(김재규 전 중정부장 동생)가 국가를 상대로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합수부가 김씨에게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인정돼 국가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시효 3년이 경과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배상법과 민법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소멸된다』고 『김씨가 합수부에서 재산포기 각서를 작성할 때 가해자와 손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음이 인정되므로 김씨가 소송을 제기한 89년 2월에는 3년의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서울지법 남부지원이 MBC 주식반환 청구소송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언론청문회가 열렸던 88년으로 잡은 것과는 달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합수부가 재산의 헌납을 강요한 79년 11월로 잡은것이어서 상급심의 판결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재산을 국가에 증여한 행위가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 『김씨가 소유재산을 국가에 증여하는 행위 자체는 선량한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수 없으므로 김씨의 증여행위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10·26직후 합수부에 연행돼 형 김재규씨가 중앙정보부장 등으로 있는 동안 부정축재한 재산 등이 있는지를 조사받다 수사관들의 강요로 서울 신당동 대지 2백50여평 등 7건의 부동산과 5억원짜리 예금통장 등을 국가에 헌납하는 각서를 쓴뒤 89년2월 국가를 상대로 43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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