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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금기 깬다…'보석 444개 왕관' 쓰는 찰스3세의 한수 [英국왕 대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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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보석 444개가 박힌 2.23㎏의 ‘성 에드워드 왕관’. 이걸 쓰기 위해 65년을 기다렸다. 

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오는 6일(현지시간)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르고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에 정식으로 즉위한다. 9살 때인 1958년 영국 왕세자(Prince of Wales)로 책봉된 지 65년 만이다. 모친 엘리자베스 2세(1926~2022)의 1953년 대관식 이후 70년 만이자 21세기 유럽에서 열리는 최초의 대관식이다. 영국 왕실은 '간소화'와 '다양성'을 내세워 현대화된 왕실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은 6일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오른쪽)을 쓰고 왕좌에 오른다. AP=연합뉴스, 사진 영국 왕실 홈페이지 캡처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은 6일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오른쪽)을 쓰고 왕좌에 오른다. AP=연합뉴스, 사진 영국 왕실 홈페이지 캡처

왕의 행렬 줄이고 예복 재사용

대관식은 6일 오전 10시 20분(한국시간 오후 6시 20분)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부부의 '왕의 행렬'로 막이 오른다. 국왕 부부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을 나서 더몰~트래펄가 광장~화이트홀(정부중앙청사) 등을 거쳐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약 2.1㎞ 구간을 30분간 행진한다.

대관식에서 찰스 3세는 일생에 단 한번 착용하게 되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쓰고 양손엔 왕권을 상징하는 보주(寶珠·구체로 된 장식품)와 홀(笏·scepter)을 든다. 예복은 '수퍼 투니카'와 '로브 로열'로 구성됐다. 수퍼투니카는 1911년 조지 5세를 위해 만들어진 코트, 로브 로열은 1821년 조지 4세를 위해 제작됐다. 검대(劍帶)와 장갑도 조지 6세가 착용한 유물을 재사용하기로 했다. 종교적 경건함을 드러내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물한 예수가 실제 못 박혔다는 십자가에서 나온 장미 수정 원석 조각도 대관식에서 공개된다.

약 두시간여에 걸쳐 진행되는 대관식이 끝나면 국왕 부부는 '황금 마차'를 타고, 사원으로 올 때와 동일한 경로를 거쳐 버킹엄 궁으로 돌아간다. 이 행렬엔 영국 왕족과 군인 4000여명이 참여한다. 버킹엄 궁에 도착한 국왕 부부가 왕실 가족과 발코니에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대관식을 마치고 하이드파크~옥스퍼드 서커스 등을 거치며 8㎞ 노선을 2시간 동안 행진했다. 행렬엔 군인 3만명이 동원됐다. 찰스 3세는 행렬의 노선과 시간은 4분의 1로, 인원은 7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오는 6일 대관식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입을 금빛 코트와 망토의 모습. AP=연합뉴스

오는 6일 대관식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입을 금빛 코트와 망토의 모습. AP=연합뉴스

간소화된 행사는 물가 급등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 왕실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를 감안한 행보다. 외신은 대관식의 정통성과 장엄함은 유지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찰스 3세의 의도라고 전했다.

이번 대관식은 특히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해 성경을 낭독한다. 정복왕 윌리엄 1세가 1066년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한 이후 여성 사제의 참석이나 성경 낭독은 957년 만이다. 성직자 행렬에 무슬림·불교·힌두교·시크교 등 다양한 종교의 대표들도 동참한다. 또 영어 외에 웨일스어·스코틀랜드 게일어·아일랜드어 등 소수 주민의 언어로도 찬송가가 공연되는 등 ‘다양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일반인 충성 맹세’도 처음으로 도입된다. 대관식 의식 중 오마주(경의) 의식 때 캔터베리 대주교, 윌리엄 왕세자에 이어서 현장에 있거나 TV로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법에 따라 폐하와 후계자에게 진정한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한다”라는 서약 낭독을 요청하는 것이다.

대관식을 집전하는 캔터베리 대주교는 “왕실 역사상 일반 대중이 새로운 왕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기회가 제공된 적이 없었다”면서“대관식 전통에서 새롭고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등 내빈 2200명…삼엄한 경비

왕실은 이번 대관식에 국가원수 약 100명을 포함해 203개국 대표가 참석한다고 밝혔다. 내빈은 2200여명으로 70년 전 8200여명에 비해 4분의 1 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일본 왕세제 부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한국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간다. 중국이 보내는 의전서열 8위 한정 국가 부주석은 홍콩에 국가 보안법을 도입한 인물이라 영국 정가에서 논란이 일었다고 외신이 전했다.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미얀마,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정상은 초청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과 니카라과에는 정상 대신 고위 외교관 앞으로 보냈다고 한다.

왕실 팬인 한 영국인이 찰스 3세 대관식을 앞둔 2일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사진 등이 담긴 배지를 달고 런던 거리에 나왔다. AP=연합뉴스

왕실 팬인 한 영국인이 찰스 3세 대관식을 앞둔 2일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사진 등이 담긴 배지를 달고 런던 거리에 나왔다. AP=연합뉴스

왕실은 지난해 10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때 '런던 브리지 작전' 종료 직후 이번 대관식을 위한 대대적인 보안 경비 작전을 준비해왔다. 이번 대관식 보안 작전의 코드명은 ‘황금 보주 작전’(Operation Golden Orb). 보주는 홀과 함께 왕권을 상징하는 물품 중 하나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대관식 당일 런던의 주요 건물 옥상엔 저격수가 배치된다. 행사 장소 주변엔 공항식 보안 검색이 실시되고 무장 순찰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다. 영국 전역에서 차출된 수백 명의 경찰이 주요 길목에 도열하는 것 외에 사복 경찰들도 곳곳에 배치된다. 오토바이 호위대, 경찰견, 해병대 등도 보안 경호 업무에 투입된다.

런던 중심부엔 수 마일에 이르는 긴 장벽이 세워진다. 도로 곳곳엔 군중 속으로 차량이 돌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벽도 설치된다. 이날 시내는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돼 드론 띄우는 행위가 원천 봉쇄된다. 경찰 헬리콥터와 사전 허가를 받은 언론 취재용 헬리콥터 비행만 허용된다.

대관식을 불과 나흘 앞둔 2일엔 영국 왕실의 상징인 버킹엄궁 영내에 엽총 실탄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투척되는 사건이 발생해 보안 당국을 긴장시켰다. 영국 경찰은 현장에서 해당 남성을 체포했으며 그가 정신질환으로 물체를 던졌을 뿐 테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3일 영국 런던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에 참여하는 황금마차 행렬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일 영국 런던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에 참여하는 황금마차 행렬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톰 크루즈 등 축하 콘서트 참석  

대관식 이튿날 윈저성에서 열리는 축하 콘서트 무대에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오른다고 왕실이 밝혔다. 영국 출신 보이그룹 테이크 댓, 미국 배우 겸 가수 케이트 페리, 팝스타 라이오넬 리치,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도 공연한다. 피아니스트 랑랑, 발리우드 스타 소남 카푸르 등도 참석한다.

반면 그간 왕실 공연의 섭외 1순위로 꼽혔던 가수 엘튼 존은 유럽 투어를 일정으로 대관식 콘서트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튼 존은 찰스3세 국왕의 전처 다이애나빈과 가까운 사이로 그의 장례식에서 '캔들 인 더 윈드'를 직접 불렀다. 이밖에 영국 출신 가수 아델과 에드 시런, 해리 스타일스, 로비 윌리엄스,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 역시 다른 일정을 이유로 대며 대관식 콘서트 참석을 거절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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