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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경복궁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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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지난 주말 경복궁 근정전에선 세종대왕의 일생이 색다른 뮤지컬로 펼쳐졌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제 9회 ‘궁중문화축전’에서 특별 공연으로 선보인 ‘세종 1446’이란 작품이다.

작품은 ‘성군’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이면의 고뇌를 담았다. 아버지 태종의 공포정치 아래 왕관의 무게에 짓눌려 충신을 잃고 시력도 잃어갔던 세종대왕의 시련을 조명했다. 그간 부각되지 않은 인간적 면모가 낯설지만 진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달빛을 머금은 경복궁 야외무대가 자연히 이런 상상을 자극한 덕이다. “도대체 내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높은 해가 되었나.” 뮤지컬 노랫말과 닮은 질문을 570여년 전 세종대왕도 무수히 하며 애민정신이란 답을 찾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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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의식을 거행하던 경복궁 근정전에서 야간 특별 공연이 열린 건 1954년 경복궁 개방 이후 최초라고 한다. 고궁을 무대로 다채로운 문화유산을 선보이는 ‘궁중문화축전’은 매해 수십만 관중을 동원했다. 특히 공연 부문은 해마다 수준을 더해왔다는 평가다. 2020년엔 경복궁 경회루 수변무대에서 고전 소설 속 효녀 심청을 판타지로 풀어낸 공연이 호평받기도 했다.

유적지에서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일이 반갑다. 이참에 역사 속 명사나 알려진 고전에 머물지 않고, ‘궁중문화’를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보는 것도 고민해볼 일이다. 가령 무수한 궁중 나인들과 예인, 이름 모를 인물을 발굴한 공연은 어떨까. 새롭게 발굴한 역사는 현대의 영감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