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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 주가하락 사태…공매도·대주주 개입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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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금융당국과 검찰이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發)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주가 조작은 물론 공매도 세력의 가담 여부, 일부 대주주의 사전 인지 가능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이번 사태의 ‘진짜 배후’를 놓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금융당국은 SG증권 사태와 관련해 가격을 미리 정해 사고파는 주가 조작이 있었는지, 공매도 세력이 가담했는지, 일부 대주주가 사전에 인지하고 주식을 정리했는지 등을 모두 살펴보기로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번 사태는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표면화했다. 이 여파로 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선광·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8개 종목의 주식이 급락했다. 일부 종목은 4거래일 연속 하한가까지 기록했다.

특히 급락 사태를 맞은 종목들의 주가가 2020년부터 일부 세력이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들 세력은 비인가 투자자문사를 통해 정관계 인사·연예인 등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뒤, 시간과 금액을 정해 놓고 거래하는 이른바 ‘통정매매’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이 과도하게 주가를 띄우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이를 눈치챈 일부 세력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삼천리 주가

삼천리 주가

금융당국은 수사를 통해 주도자와 공모자를 모두 가려내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범으로는 라덕연(42) H투자자문사 전 대표, 전직 프로골퍼 안모(33)씨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골프 레슨을 하며 연예인, 의사, 기업인들을 모집했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S골프연습장은 ㈜S골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안씨가 대표이사, 라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곳이다. ㈜S골프의 또다른 사내이사인 변모(40)씨는 H투자자문사의 현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등 H사와 ㈜S골프의 인적 구성은 서로 겹친다.

서울가스 주가

서울가스 주가

문제는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가수 임창정씨의 회사의 임원 명단에도 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임씨의 돈 30억원을 맡아 관리했다는 라씨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라씨 회사의 현 대표이사로 있는 변씨와 ㈜S골프 대표인 안씨가 나란히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임씨 측은 이에 대해 “라씨가 갑자기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해왔는데 라씨가 C케이블방송국을 소유하고 있고 그 C사의 대표가 안씨, C사의 제작사 대표가 변씨다 보니 (투자자 측 자격으로) 사내이사로 온 것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라덕연 전 대표는 “일련의 하락으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폭락 직전 600억원 정도 물량을 팔았다”고 지적했다. 이민형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자신의 투자금이 주가 조작 등에 쓰일 수 있었다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했다.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긴 차액결제거래(CFD) 위험 관리도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CFD는 증거금으로만 매수·매도 거래를 한 뒤 차액만 정산하는 투자방식이다. ‘개인용 공매도’로 불리는 CFD는 전문투자자 자격을 가져야만, 거래할 수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2019년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대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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